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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 칸서 공식시사회 "미적 은유로 가득…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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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 칸서 공식시사회 "미적 은유로 가득…너무 아름답다"

입력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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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이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칸의 붉은 카펫을 밟았다. ‘취화선’ 공식 시사회가 23일 밤 10시(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렸다.22개 본선 진출작 중 마지막으로 시사회를 가진 ‘취화선’은 1,700여명의 관객으로부터 5분여에 걸친 기립박수를 받았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배우 출신의 부인 채령(본명 최혜숙)씨, 주연배우 최민식, 안성기,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 정일성 촬영감독 등과 함께 붉은 카펫 위에서 사진 기자들의 사진 세례를 받은 후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조선 시대 화가 장승업의 일생을 그린 영화에 관객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영화에 몰입했다.

시사 도중 자리를 뜬 관객은 10명 내외로 많지 않은 숫자였다. 불어 자막에 영어 자막을 괄호로 처리한 영화는 도입부의 다도 장면과 중반 기생 매향의 집을 떠나는 장면 등 약 2분30초를 삭제한 1시간 59분 분량으로 상영했다.

영화관람을 위해 남자친구와 함께 칸 영화제를 방문한 직장인 자크 기게노(30)씨는 “계절의 변화를 영상적으로 뛰어나게 표현했다” 며 “대역을 썼는지 모르겠으나 최민식이 그림 그리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의 인터넷 영화 사이트 플뤽튀아 (fluctuat)의 한 기자는 “미학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였다. 예술가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가 흔히 빠질 수 있는 지루함 대신 다양한 은유가 눈에 띄었다. 특히 동학 혁명군의 횃불과 마지막 장승업이 불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이미지가 겹쳐지며 불꽃 같은 인생을 산 예술가의 지향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루했다” “한국에 대한 지식이 없어 혼란스러웠다”는 의견을 밝히는 관객도 있었다.

이어 24일 오후 12시 30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3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참석, 의외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사회를 맡은 피에르 루시엥(파테영화사 고문)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많은(98번째) 영화를 만든 한국의 거장인 임 감독이 예술인으로서 이룰 최고의 경지에 다가선 자전적 영화”라고 감독을 상찬했다.

이에 임 감독은 “오원과 나는 20세에 각각 화가와 감독이 됐고, 술꾼으로 여성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란 점이 공통점이다. 삶의 역정에서 비슷한 점이 많았는데, 감독으로 사는 동안의 체험이 장승업의 삶으로 녹아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밝힌 한 기자가 “미스터리로 결말을 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감독은 “오원이 행방불명된 후 사람들은 그가 금강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을 것, 실족사 했을 것, 긴 병에 걸렸을 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치열한 거듭나기로 일생을 살아온 그가 어떤 상황에 안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뇌에 가득찬 일생을 산 그를 그렇게 다루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24일부터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르 피가로, 홍콩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프랑스 방송사 TV 카날 등 전세계 40여개 매체와도 개별인터뷰를 가졌다.

칸 =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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