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한 나라다 우리나라는. 한 햇동안 월드컵, 지방선거, 부산 아시안게임, 대통령 선거 등 국가대사가 네 개나 벌어진다.행사 뿐이라면 별 거 아니겠지. 그 와중에 대통령 아들 구속해야지, 각종 게이트 수사해야지, 파업해야지 정말 바쁘다.
사회 각 부문이 저마다 들끓고 지지고 볶는다. 이 모든 일들이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활동과 노력 없이는 잘 되지 않는다.
■ 더구나 월드컵과 지방선거는 같은 달에 열린다. 일본에서는 월드컵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살한 공무원도 있는데, 우리 공무원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끄떡없다.
그 비결은 알고 보면 일을 슬슬 하는 것이다. 요즘 공무원들은 대부분 현안에는 손을 대지 않고 단순업무만 하고 있다. 한 달이면 될 일을 2~3개월씩 질질 끈다.
곧 지자체장이 바뀌고 대통령도 새로 뽑힐 텐데 뭣 땜에 애를 쓰나, 동즉손(動卽損)이지. 복지부동(伏地不動) 복지안동(伏地眼動)이 상책이다. 레임 덕 좋다는 게 뭐냐.
■ 공직사회가 맑아졌다지만, 문화부 차관보의 구속에서 알 수 있듯 떡값과 촌지를 밝히는 풍조도 여전하다. 금품수수는 더 음성적이고 개인적인 행태로 바뀌었다.
한자의 모양에 빗댄 전목일구(田目日口)라는 말이 있는데, 넷이 나눠 먹던 것(田)을 셋이서(目), 둘이서(日) 먹다가 요즘은 상납을 하지 않고 혼자서(口) 먹는다.
의리도 없다고 하겠지만 그래야 뒤탈이 나지 않는다. 아랫사람일수록 먹는 액수가 더 크다고 한다. 국회의원도 영수증만 떼어주면 만사 OK인데 하위직 공무원들이 좀 먹는 게 어떨라구.
■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부패가 골칫거리인 중국에는 삼전고간(三轉高幹)이라는 말이 있다. 고급간부들은 하루 세 가지를 돌린다.
출근할 때 승용차를 굴리고 점심에 고급식당에서 요리테이블을 돌리고 저녁에는 술집에서 여자의 치마를 돌린다.
중국인들은 문산회해(文山會海)라는 말도 한다. 쌓인 서류는 산더미같고 회의는 바다처럼 많은데 정작 되는 일은 없다.
우리 공무원들은 얼마나 다를까. 납작 엎드려 눈동자를 굴리거나 자동차 등 세 가지만 굴리려 하지 말고 나라와 주민을 위해 머리와 몸을 굴려라.
임철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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