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3명의 주중 한국 공관 진입 사건은 탈북자 문제해결의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처리 결과에 따라 최고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재중 탈북자들이 한국공관을 통해 대거 한국으로 올 수 있는 선례를 수립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중 국제기구 또는 제3국 공관 진입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택한 탈북자들도 이 사건의 처리를 주시할 것이 틀림없다.
이번 사건은 몇 가지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탈북자들이 한국공관으로 망명을 요청하면 수용한다’는 정부 방침을 시험하는 성격이 짙다.
정부는 그간 이 방침대로 시행했다고 밝히지만 내심 내키지 않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고야 말 사건이 터졌고, 정부는 그간 견지해온 ‘조용한 탈북자 외교‘ 에서 탈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사건은 또 탈북자에 관해 한국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방침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불법 월경자인 탈북자는 중국 국내 문제이고, 외교적으로는 북한과의 문제로 국한된다는 게 그간의 중국의 입장이었으나 이번을 계기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재삼 인식하게 됐다.
사건 발생 후 정부는 탈북자들의 북송 반대, 인도적 처리, 정착 희망지 의사 존중 이라는 원칙 하에 “제3국 공관 진입 탈북자들과 이번 탈북자간의 차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중국측에 밝혔다.
외국공관 진입 탈북자들과 같이 제3국을 경유한 한국행이 이번에도 유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1997년 주중 한국대사관으로 온 황장엽(黃長燁)씨 케이스도 정부가 중국측에 밝히고 있는 선례다.
특히 정부는 이번이 최초의 선례인 점을 감안,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 탈북자들을 직접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은 매우 신중하다. 제3국이 아닌 한국의 공관이라는 점에서 북한을 의식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나 고려할 부분이 많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특히 이번에도 한국행이 관철될 경우 한국공관이 탈북자들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변모될 것을 우려한다.
중국은 이럴 경우 중국 내 치안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비관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장기화를 점치고 있다. 중국측이 여론의 시선이 뜨거운 현 상황을 피해 조용히 처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건 보도 후 중국측 입장이 완강해졌다는 전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중국에 들어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나가는 사람도 막지않는다”는 첸치천(錢其琛) 중국 부총리의 최근 발언, 국제사회가 중국 인권상황을 주시하는 점등은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외교환경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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