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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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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

입력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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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삼성테스코 합작 3주년을 맞아 임직원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타운미팅.이 자리에 참석한 테리리히 영구 테스코 회장은 “삼성테스코의 성공적인 경영 성과는 테스코 본사에서도 주목하고 있고, 앞으로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단기(5개월) 매출 1조원 돌파, 개점일 최고 매출 보유, 단일점포 국내 최고 경쟁력 확보 등 눈부신 성장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였다.

또 3년간 열정을 불사르며 삼성테스코를 지휘해 온 이승한(李承漢ㆍ56) 사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의 표시이기도 했다.

“잭 웰치도 나랑 비슷한 사람인가 봐요.”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잭 웰치 GE 전 회장에 관한 한 신문기사를 보여주며 이 사장이 꺼낸 첫 마디였다.

웰치 전 회장이 10분만 자리에 앉아 있어도 책상을 난장판으로 어질러놓기 때문에 13년간 그림자처럼 보좌한 여비서가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의 말마따나 책상에는 서류들이 수북하고 집무실 벽면은 부착된 문서들로 어지러웠다. “이것저것 봐야 할 것은 많은데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문득 떠오른 생각. 굳이 웰치 전 회장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건 그의 야심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 사장의 경영 철학은 ‘경영 예술론’으로 집약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모든 악기의 특성과 기능을 숙지해야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수 있듯, 경영도 기획 인사 마케팅 등 경영 자원을 조화롭게 잘 활용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음악이라도 베토벤, 모짜르트, 슈베르트의 톤이 모두 다르잖아요.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철학과 이념, 정책에 따라 회사 경영의 톤이 달라지는 거죠.”

가치점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유통업태 창출, 상점 이미지(Store Identity) 개발, 지역점포 전략 구사 등은 모두 그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톤이다.

우리나라의 신바람 문화와 서구의 합리성을 조합해 이른바 ‘신바레이션(Shinbaration)’이라는 새로운 기업 문화를 창출해 낸 것도 그의 예술가적 기질 덕분이었다.

이 사장은 요즘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다. 농협과 직거래 제휴를 맺고 성남을 비롯한 남부, 중부 등에 대규모 농수산물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산지에서 중간 도매상, 브로커, 그리고 유통업체까지 배달되는 구조에서는 비용 상승은 물론 신선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협에서 직접 공급을 받아 물류센터에 보관함으로써 중간 단계를 모두 생략할 수 있는 거죠. 농어민들의 부가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농수산물을 다듬는 후방작업도 모두 산지로 이전했습니다.

기득권이 없는 삼성테스코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는 이 일을 “농산물 유통 혁명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그가 꿈꾸는 유통 혁명은 농산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가 유통업체에서 공산품을 바코드로 결제하는 순간 제조업체가 매출 및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이 같은 열정을 등에 업고 그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ECR(Efficient Customer Response: 효율적 고객 대응) 아시아위원회에서 공동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사장은 스스로를 창업자로 표현한다.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외자유치 협상에 직접 참여했죠.

파트너 선정에서부터 마지막 도장 찍는 작업까지를 모두 총괄했으니 사실상 창업자나 다름없는 셈이죠.”

창업자 만큼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얘기였고, 창업자 정신으로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같은 확신이 월마트, 까르푸 등 쟁쟁한 해외 유통업체를 제치고 삼성테스코를 국내에서 승승장구하게 만든 동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승한 사장은

1946년 경북 칠곡생

1970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제일모직)

1990년 삼성물산(건설) 개발사업본부장

1994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신경영추진팀장 전무

1996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보좌역 부사장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

1999년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사장

▽가족관계 및 취미

엄정희(52)씨와 1녀

연극관람, 쇼핑

■삼성테스코는

1999년 4월 영국 테스코사가 현금 2,568억원, 삼성물산이 현물 600억원을 투자한 합작 유통회사로, 할인점 홈플러스가 대표 브랜드.

삼성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그룹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제일 먼저 유통부문의 지분을 테스코에 매각해 만들어진 회사다.

지분은 테스코사가 81%, 삼성물산이 19%를 보유하고 있으나, 르노삼성차처럼 삼성 계열사가 아니라 지분투자회사다.

삼성테스코는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기존 2개 점포를 포함해 5월초 부산 센텀시티점까지 현재 총 16개의 홈플러스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8개의 점포를 추가 출점하는 등 매년 10여개씩 점포를 늘려 2005년까지 모두 55개 점포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1조4,000억원을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목표는 80% 가량 신장한 2조5,000억원. 특히 하반기에는 국내 유통업 최초로 소매금융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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