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테마기고] 월드컵 시민의식 / '축구공의 평등'을 보여주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테마기고] 월드컵 시민의식 / '축구공의 평등'을 보여주자

입력
2002.05.27 00:00
0 0

온 지구촌이 흥분에 휩싸여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2002 월드컵축구대회는 우리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또 한번 세계의 평가를 받는 시험대이다.

그토록 외쳐댄 2002 월드컵, 이제 그 날을 맞으며 벌써부터 심장이 뛴다. 불안은 부질없는 것. 지금 필요한 건 건곤일척의 응집력과 자신감이다.

88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쏟아지면서 종합성적 4위에 오르는 쾌거에 국민 모두가 승리감을 만끽했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보여 줄 것은 경기력 보다는 문화적 성숙성이다.

꼭 16강 진출이 아니더라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수준높은 응원문화로 우리 국민의 이미지 상승을 이끌어 낸다면 그것으로 절반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언제인가부터 우리는 싸움에 능하고 이기는 데만 급급한 민족으로 비쳐졌을 지도 모른다. 지역갈등에다 국론분열이라는 정치의 모습이 그렇다. 여유와 관용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서울올림픽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지구촌 이념의 벽이 아니라 나라안 지역갈등의 벽, 문화빈곤의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화합, 평등정신에 기초한 관전문화, 응원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경기의 승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며칠 전 까까머리 동자승(僧)과 주한 외국인학교 어린이들이 벌였던 축구경기 모습 그대로 순수한 스포츠정신과 12년 전 남북통일축구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감동적인 응원문화를 보고싶다.

전통적으로 축제를 즐기는데 익숙하지 못하고 뜻을 모아 박수를 치는데 인색했던 우리가 아닌가.

과거 올림픽무대에서 체조선수 코마네치를 응원하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들었던 캐나다 사람들, 최근 동계올림픽 문화행사를 즐기려 극성을 피우던 솔트레이크시티 시민을 보면서 경기 승부에만 집착할 뿐 경기 내용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와의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펠레의 전성시대 그 유명했던 마라까냐 구장에서 보았던 브라질 국민의 축구사랑, 그것은 승부를 초월하여 애환을 함께 하는 삶, 그 자체였다.

이번 월드컵이야말로 우리에게도 스포츠 문화의 가치 상승과 함께 응원 문화의 질적 성장을 보여 줄 두 번 다시 없는 기회이다.

엊그제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는 국민적인 성원, 관중석의 일체감, 붉은 머리띠의 조화가 돋보였다.

그러나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려면 응원의 집중력, 폭발력이 더 필요하다. 일시적 ‘깜짝쇼’라도 좋다. 그것이 한국 축구의 경기력을 극대화시키고 국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응원의 대상이 꼭 우리 팀, 우리 선수가 아니면 어떠하랴. 아니 내 편, 네 편 가릴 것 없이 ‘축구공의 평등’을 깨우치며 월드컵 무대에 뜨거운 성원을 보내자.

그 갈채는 곧 세계인의 가슴에 감동을 심고 찬사의 메아리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니 무엇을 주저하랴.

이태영 21세기스포츠포럼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