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인천 서구 목상동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인접한 굴포천 임시방수로 공사현장.흙과 자갈 등을 가득 실은 15톤 덤프트럭들이 뿌연 먼지를 휘날리며 어디론가 떠났고, 한켠에서는 자갈 등을 싣기위해 대형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했다.
곳곳에 땅을 파는 대형 굴삭기와 포클레인 소리가 요란스럽다. 이곳에서 파낸 자갈과 흙들은 주변에 40m 높이로 군데군데 쌓여 있다.
제방도로에는 공사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공항고속도로옆을 따라 서울 방향 서울외곽순환도로주변까지 이어지는 방수로 공사구간 계양산 줄기의 임야 등은 벌거숭이로 변했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수년째 지연돼온 경인운하 건설사업이 기지개를 켜고있다.
굴포천 방수로 사업을 시작으로 경인운하가 사실상 착공한 것은 지난해 8월. 방수로 공사는 6월중순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굴포천 방수로 사업(인천 계양구 선주지동~서구 시천동, 길이 14㎞)은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 경기 부천시 등의 상습침수지역인 굴포천유역의 여름철 침수피해를 막기위해 한강으로 유입되는 물줄기를 서해안으로 빼내는 공사다. 너비 20m의 인공하천이 만들어질 예정.
정부는 굴포천 공사와 경인운하 건설을 별개로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 공사 시행에 따라 경인운하 건설 사업의 필요성과 환경파괴 등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굴포천 임시 방수로 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도 끝내지 않은 경인운하사업을 사실상 사전 착공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40여개 환경ㆍ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경인운하건설사업 백지화시민공동대책위’는 “상습침수지역인 굴포천 일대 홍수방지대책이 시급한 점은 인정하지만 사업의 경제성 등 전반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착공한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환경단체들은 또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3~4급수인 한강하류의 물과 5급수에 가까운 굴포천의 물이 유입되면서 인천앞바다의 수질오염을 가속시킬 것”이라며 “해사부두건설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등 철새도래지가 파괴되고 수도권일대 교통난 심화도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성혁수(成赫修) 조사팀장은 “조만간 교수 등 전문가들로 시민평가단을 구성, 경인운하의 경제성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여 역기능이 많다고 판단되면 공사현장에서 대대적인 시위 등 실력행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환경정의시민연대 박용신(朴勇信)정책부장 등은 지난해 11월12일부터 20여일동안 공사현장 5m 철재구조물에서 사업백지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했다.
상당수 지역 주민들도 경인운하건설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정득(45ㆍ인천 서구 백석동)씨는 “운하가 건설되면 각종 공해를 유발하는 쓰레기나 목재, 모래 등의 수송로로 이용될 것”이라며 “수도권매립지의 침출수에 오염된 물까지 흘러들게 돼 극심한 환경피해에 시달릴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 물류비용 절감 등을 들어 경인운하 사업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는 등 ‘백지화’ 가능성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굴포천 방수로 사업은 96년 경인운하 사업이 추진되면서 운하사업에 포함됐으며 경인운하에 대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끝나면 운하사업으로 전환 할 것”이라며 “부산의 수입컨테이너, 포항의 철강, 울산의 자동차 등을 뱃길로 서울에 반입할 경우 물류 비용 절감효과는 연간 2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경인운하 건설 사업 착공을 알리는 인천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환경단체ㅔ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운하건설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경인운하 사업
인천 서구 시천동과 서울 행주대교를 연결하는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정부가 홍수방지와 물류비용 경감 등을 위해 1조8,000억원을 들여 200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총연장 18㎞, 폭 100m규모로 갑문2개, 터미널 2개, 해사부두, 물류단지(서울 31만평, 인천43만평) 등이 들어선다.
1995년 민자유치대상으로 선정돼 99년 현대건설 등 8개 민간기업과 정부가 출자, 사업시행자로 민관합동법인 경인운하㈜를 세웠다.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부산의 컨테이너 등을 뱃길을 이용해 수도권으로 직접 실어나를수 있다.
6차선 고속도로 운송능력에 해당하는 연간 4,800톤의 화물을 처리, 연 2조이상의 물류비용 효과를 볼수 있다는게 정부측 주장.
또 서울이 서해와 직접 연결돼 대북, 대중국교역은 물론 동남아, 일본과의 새로운 운송체계가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수도권지역 화물을 흡수함으로써 경부, 경인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의 교통난을 완화하고 시설부족으로 극심한 체선(滯船)을 겪고 있는 인천항기능의 30%를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한강이 서해와 연결돼 잠실과 여의도에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강화도, 백령도 등 서해도서지방까지 여객ㆍ관광선운항이 가능할 전망이다.
■굴포천 방수로공사 장인수 소장
경인운하 건설의 첫 단계인 굴포천 임시 방수로 공사를 총 지휘하고 있는 현대건설 장인수(張仁秀ㆍ53ㆍ사진)현장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 건설로 획기적인 물류혁명을 이룰 것”이라고 ‘운하효과’를 자신했다.
굴포천 임시 방수로 공사 규모는 가히 매머드 급이다. 14.2㎞의 공사구간에서 퍼올린 흙만 해도 100만㎥가 넘는다. 15톤짜리 덤프트럭 70만대분에 해당한다. 공사현장에는 하루평균 500여명의 인부와 덤프트럭 500대, 굴삭기 30대가 투입되고있다.
장 소장은 방수로 공사 후를 대비하고있다고 했다. “방수로공사가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대로 경인운하사업으로 전환하는 만큼 공사후에도 공구별로 특별관리하는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장 소장은 “운하의 환경비용이 육로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 만큼 운하건설은 친환경적 사업”이라고 끝을 맺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인천환경운동연합 성혁수 팀장
“경인운하는 수질오염과 생태계파괴 등 환경재앙을 초래하는 애물단지로 전락, ‘제2의 시화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경인운하담당 성혁수(成赫修ㆍ30ㆍ사진)조사팀장은 “5급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굴포천 물이 운하로 유입돼 운하수로는 부영양화와 산소고갈 이 불가피하다”며 경인운하 백지화를 촉구했다.
그는 경인운하의 경제성도 극히 어둡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3조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중 86%에 달하는 물류비용 절감은 1994~96년 호황기를 기준으로 과다 계상된 것입니다. 추가공사나 환경오염 해결 등을 위해 투입될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성 팀장은 “정부는 경인운하를 사실상 착공하면서 지역주민들과 공청회나 설명회 한번 갖지 않았다”며 “ 앞으로 환경ㆍ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공사중지소송을 제기하고, 공사현장 점거 등 투쟁적인 반대운동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