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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해양주권 수호 구조적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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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해양주권 수호 구조적 허점

입력
200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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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한중간 배타적 경제수역 특정 금지구역인 인천 앞바다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선원들이 단속하던 해양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른 일이 일어났다.한국의 공권력에 대해 중국 선원이 폭력을 휘두른 일에 대해서는 마땅히 중국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하고 해양경찰이 해양주권 침해 행위를 강력하게 저지, 단속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감독자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긴급상황에 대한 해양경찰의 대처 능력이나 시스템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해양경찰은 1996년 해양수산부 발족으로 경찰청 산하에서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다시 태어났다.

유엔 해양법 협약 및 배타적 경제수역(EEZ) 선포에 따른 해양 국제화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양경찰은 해상 치안활동 외에 인명구조, 출입국 단속, 어로 보호, 통합방위작전 수행, 해양오염 방제, 해상난민 처리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일반 경찰이 국내 치안질서 유지에 주안점을 두는데 비해 해양경찰은 해상 치안기능과 함께 국토방위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일반 경찰과 다르다.

또한 해상의 많은 분쟁이 국제법상의 분쟁이나 영해주권의 손상으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단속의 어려움이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해양경찰은 언론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매서운 질타를 받아야 했지만 늘 그래왔듯이 노출된 문제점에 대한 지극히 총론적인 대비책만 제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에 접해 있고 북쪽은 휴전선이 막고 있어 하늘과 바다를 통하지 않고서는 해외로 나갈 수 없다.

사실상 숙명적인 해양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외면하거나 홀대한다는 소리를 들어오지 않았는지 자성해 봐야 한다.

어민이나 선원 등 바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내색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 어쩌면 그런 심리는 바다를 바다의 여건과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육지의 논리나 정서로 재단하고 해결하려는 정책수립과 예산 입안자, 의회나 언론에 대한 무언의 항의인지도 모른다.

또 요구를 해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경험으로 자포자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육지와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으면 해양경찰에 대한 해법 제시도 불가능하다. 가령 육지에서는 긴급출동, 5분대기조, 초동타격대, 즉시보고 체제 현장지휘 체제, 예비부대 즉각 지원 등 좋은 제도들이 있지만 바다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망망 대해에서 담당 책임해역이라는 불분명한 경계, 짙은 안개와 높은 파고와 같은 악천후, 기상 급변, 출동시간 예측 불가능, 현장 접근 어려움, 통신 및 장비수단 미흡, 언어장벽, 즉각적인 지원체제 기대 희박 등 장애 요인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와 정서는 해양수산부, 해군, 해경 등 담당 부서가 '힘 없는 부서'라는 평가와 함께 해양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해양경찰은 비교적 전투 수준이 높은 편이다.

1996년 8월 해경출범 초기에 열악한 여건에서도 3,600마일이나 떨어진 남태평양 공해상에서 발생한 선상 반란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해양경찰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이번 사건은 해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해양주권 확립은 관련 부처가 바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해경의 투철한 전투정신을 다시금 다짐으로써 가능하다.

또한 빈번한 발생이 예견되는 EEZ 내 불법행위에 대해 보다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또 다른 분쟁 예방을 위한 첩경일 것이다.

해양경찰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국제 해양시대에 걸맞은 발전 방향을 도출해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외교통상부 국방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간의 실효성 있는 대비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상급 기관인 총리실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조성빈 전 해양경찰청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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