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줍기 시리즈' / 아모스 투투올라 등 지음ㆍ장경렬 등 옮김“기존에 소개됐던 세계문학 시리즈는 천편일률적으로 대작가들의 대표작만을 고집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문화적 이질감이나 그 나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명작들을 제외시킨 절름발이 세계 문학이었다. ”
열림원이 선보인 ‘이삭줍기’ 시리즈는 그동안 놓쳤던 명작들을 골라 재발견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알려지지 않았던 제3세계 문학작품과 동양의 고전 사상서 등을 이삭 줍듯 찾아내 소개함으로써, 그간의 독서 편식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1차분으로 출간된 문학 작품 다섯 권 중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야자열매술꾼’과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나이지리아 작가 아모스 투투올라의 소설 ‘야자열매술꾼’은 아프리카 요루바족의 전승 민담을 소재로 삼아 쓴 것이다.
원제는 ‘Palm Wine Drinkard”. ‘술꾼’을 의미하는 단어는 ‘drunkard’이지만, 투투올라는 inkard’로 썼다.
제목부터 틀린 영어다. 학교 교육을 5년 밖에 받지 못한 작가가 구사하는 영어는 이렇게 엉망이다. 야자열매술을 즐기는 주인공이 야자열매 시중꾼을 찾아 나선다.
이 시중꾼은 자신에게 야자열매술을 받아다 주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어버린 사람이다.
그러니까 주인공의 여행길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찾아가는 여정인 셈이다. 이야기 초반에 죽었다던 부친이 뒷부분에서는 살아있다는 둥 소설은 술 취한 사람의 주정처럼 읽혀진다.
실제로 작가가 술이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이틀 만에 썼다는 작품이다. 한없이 꼬투리를 잡을 수있을 것 같은 소설은 그러나 오히려 이런 단점 때문에 ‘서양의 문학적 기교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이 살아있다’고 평가받는다.
어색한 영어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감수성을 잘 살려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작가 가산 카나파니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으로 팔레스타인 민족이 겪는 울분이 녹아든 소설집이다.
카나파니는 팔레스타인 해방전선의 책임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이 조직의 기관지 ‘알 하다프’의 편집장이기도 했다.
표제작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쿠웨이트로 탈출하려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저마다의 문제를 안은 남자들은 물탱크에 숨어서 국경을 넘으려다가 질식사한다. 그들은 숨통이 틀어 막히면서 괴롭게 죽어가는 것보다도 빈곤과 억압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남자들은 들킬까 싶어 물탱크의 벽 한 번 두드리지 못했다.
죽음의 위기에 몰린 세 남자가 몰아 쉬는 가쁜 숨은 그대로 세계에서 소외된 팔레스타인 국민의 고통스러운 신음이다.
이밖에도 프랑스 작가 벵자멩 콩스탕의 자전 소설 ‘아돌프’와 독일 소설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장편 ‘그림자를 판 사나이’, 구 소련 작가 보리스 릴냐크의 전위적인 소설 ‘벌거벗은 해’ 등이 함께 출간됐다.
열림원은 숨겨진 ‘이삭’ 뿐만 아니라 잘 알려졌지만 절판돼 구할 수 없었던 작품도 복간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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