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통하는 윤정환(29ㆍ세레소 오사카)과 안정환(26ㆍ페루자)은 올해 초만 해도 위기의 남자였다. 둘은 3월 유럽 전지훈련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이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발탁한 선수들이었다.안정환은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가 4일만에 재발탁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 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대표팀에서 떠나 있었던 윤정환은 9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어찌보면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를 잘 모른다는 평가는 이들 때문에 나왔다. 그러나 이들을 기용하면서 한국의 공격력 문제는 크게 해결됐다.
이들이 당초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난 것은 수비력과 체력부족 때문이었다. 안정환은 서 있는 스트라이커라는 혹평을 받았다. 또 윤정환은 날카로운 패스를 하는 발 재간만 있지 근성이 떨어져 전력에 큰 보탬이 안 된다는 지적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16일 스코틀랜드전은 이들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두 선수가 골 맛을 본 것은 스코틀랜드전이 처음이었다.
지난 달 코스타리카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던 안정환은 2골1도움이라는 최상의 성적으로 자신을 스트라이커로 전격 기용한 히딩크 감독을 만족시켰다.
민첩한 슈팅 동작과 뛰어난 기술, 자신감 넘치는 칩 슛 등 그는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된 윤정환 역시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1골을 넣었다.
두 선수는 태극마크를 단 뒤 같은 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없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이 겹쳐 동반출장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전에 나란히 출전해 승리를 합작하면서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을 후반전의 해결사(조커)로 사실상 낙점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의 템포를 바꾸려면 기어변속이 필요하다.
안정환은 교체 투입될 때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빅리그인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진출한 안정환은 팀 내 경쟁에서 밀려 출장기회를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성장을 거듭했다.
윤정환은 동료들로부터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선수’로 뽑혔다. 선수의 동선을 읽는 탁월한 시야와 뛰어난 패싱능력은 대표팀 내에서 단연 발군이다.
황선홍(34ㆍ가시와) 최용수(29ㆍ이치하라) 등 공격수는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윤정환이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손발이 맞는 선수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윤정환도 상대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투입돼 특기인 공간패스로 상대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돌이켜 보면 히딩크 감독은 작심을 하고 윤정환과 안정환의 ‘길들이기’를 위해 칼을 뽑았는 지 모른다.
히딩크 감독은 수시로 “수비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필요 없다” “안정환은 공격수인데 우리 팀에는 이미 충분한 공격수가 확보돼 있다” “플레이메이커를 두지않겠다”는 말로 ‘두 정환’을 긴장시켰다. 이제 둘은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선수로 거듭나 있다.
윤정환과 안정환은 마음고생을 접고 앞만 바라보고 있다. 스코틀랜드전에서 골을 넣은 뒤 커플링에 입을 맞춰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안정환과 어린아이처럼 두 팔을 들어 환호했던 윤정환. 둘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골세리모니를 이번 월드컵에서 재연하기를 꿈꾸고 있다.
▽안정환
생년월일=1976년1월27일
출생지=경기 파주
신체조건=177cm,71kg
경력=대림초-남서울중-서울기공-아주대-부산-페루자
A매치기록=21경기 4득점
가족관계=부인 이혜원
▽윤정환
생년월일=1973년 2월16일
출생지=전남 광주
신체조건-173cm,63kg
경력=방림초-북성중-금호고-동아대-부천-세레소 오사카
A매치기록=37경기 3득점
가족관계=부인 이효영과 1남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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