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별세한 박고석 화백은 ‘산(山)의 화가’로 불렸다. 남성적 기개가 넘치는 호쾌한 붓놀림으로 그가 표현한 한국의 산은 풍경이 아니라 정신이었다.평양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요섭(堯燮), 즉 요셉이었으나 숭실중 재학 때 스스로 심산의 낡은 돌이라는 뜻의 고석(古石)을 이름으로 지어 가졌다.
그는 한국 화단에 서양화를 도입한 도쿄 유학생 그룹의 3세대,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등과 같은 세대이다.
초기 그림은 자연주의적 모티프에 야수파, 표현파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가 1956년 이규상 천경자 등과 결성한 모던아트그룹은 한국 현대미술의 기점을 연 작가군으로 꼽힌다.
박 화백의 산 그림 시대가 열린 것은 60년대 후반부터. 세세한 산세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꿈틀대는 굵고 단순한 선, 강렬한 원색의 유화로 박진감 넘치게 표현한 산은 보는 이의 가슴으로 들어와버리는 정기 넘치는 심경(心境)으로 평가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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