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중으로 겹겹이 설치된 검문 검색 방어벽. 출입구마다 둘러 처진 금속탐지기와 검색대. K-2소총으로 무장한 베레모 차림 경찰특공대와 호텔 로비 곳곳에서 눈을 부릅뜬 사복 보안요원들….’월드컵에 참가하는 미국 대표팀이 숙소로 이용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매리어트 호텔은 24일 이들의 입국과 함께 ‘도심속 요새’로 변신했다.
‘제2 테러설’ 등으로 미 선수단이 테러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들의 숙소는 물론, 훈련장과 이동 경로 등에서는 ‘9ㆍ11테러 이후 뉴욕’을 방불케하는 초고도의 대테러 작전이 전개돼 시민들을 섬뜩하게 하고 있다.
■ 호텔 접근 ‘불가능’
이날 미국 선수단의 체크인과 동시에 백화점과 고속 터미널 등으로 연결된 호텔 출입문 29개 가운데 23개가 폐쇄됐다. 나머지 출입문도 금속 탐지기와 검색대가 설치됐고 차량으로 호텔에 접근할려면 차량 밑바닥까지 훑는 검문ㆍ검색을 각오해야 한다.
선수단이 사용하는 24층은 외부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고 위ㆍ아래 층도 일반투숙객을 받지 않을 방침이다. 호텔 주변에는 200여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돼 24시간 5중 방어벽이 구축됐고, 호텔 반경 100㎙에서는 폭발물 탐지기가 동원돼 매일 안전점검이 실시된다.
이 같은 ‘극성 보안’ 때문에 호텔측이 입을 손해도 만만찮아 보이지만 호텔측은 “홍보 효과도 만만찮다”며 의외로 담담하다. 이 호텔이 미국팀 숙소로 선정된 것도 까다로운 보안업무에 대한 협조에 동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 인공위성까지 동원
미국팀의 지방경기장ㆍ훈련장 이동시 경호작전은 더욱 가관이다. 기관총과 저격용 총기로 무장한 특공대 8명이 방탄차량에 타고 그림자처럼 미국 대표팀을 따라다니고, 무장 사복 요원 2명은 선수단 차량에 동승한다. 하늘에는 헬기가 떠 선수단의 이동경로를 호위한다.
이것도 부족해 선수단 차량 동승 요원은 인공위성 위치추적시스템을 착용, 월드컵 통제본부 상황실에 미국팀 이동상황이 실시간 표시되고 차량은 교통통제를 통해 무정차 통과하게 된다. 미국 선수단이 훈련장으로 사용할 미사리 축구장에도 경찰 3개중대가 동원돼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다.
■ CIA 요원까지 대동
미국팀은 이 같은 한국측의 대테러 보안 조치조차 믿지못하겠다는 듯 자국 중앙정보국(CIA) 소속 사건대응팀(IRT) 요원 16명을 한국에 파견했다. 이들은 선수단에 섞여있어 한국 관계자들도 누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대표팀 경호업무를 펼치고 있다.
또 한국 대표팀과의 경기가 펼쳐지는 대구 원정경기서는 미8군 헌병대 소속 특별대응팀(SRT)도 경호작전에 동원될 계획이다.
미국측은 경기 당일 이들을 무장시켜 경기장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요청했다가 우리측으로부터 거절당하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선수단 안전을 걱정하고 테러를 방지하자는 취지는 십분 이해가지만 조금 극성맞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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