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칸영화제 시사회 앞둔 '취화선' 최민식 "붉은 카펫위를 걷는다니 감격스러울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칸영화제 시사회 앞둔 '취화선' 최민식 "붉은 카펫위를 걷는다니 감격스러울뿐"

입력
2002.05.25 00:00
0 0

“붉은 카페트 위를 걸어가서 영어자막이 들어간 영화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감독과 배우가 그때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은 자신의 작품을 정당하게 평가해준다는 감격 때문일 것이다.”25일 밤 10시(현지시간) 공식시사를 앞둔 ‘취화선’의 최민식(40)은 “아직 칸 영화제에 왔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담담함은 19일 칸에 도착한 이후 특별한 공식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엔터테이너’이기 보다는 ‘배우’가 되려는 그의 인생관과도 맞닿아 있다.

“23일 잭 니컬슨이 레드 카펫을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그건 그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배우란 대중이 그를 통해 대리 만족, 배설하는 그런 살아있는 존재다. 우리가 하는 일은 유흥거리가 아니다.”

뚜렷한 연기관을 갖고 있는 최민식, 지난해 ‘파이란’으로 수많은 관객들이 소주잔을 들게 했지만 사실 ‘취화선’을 찍을 때 그의 마음은 썩 가벼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기인이라 불리는 오원 장승업이라는 실존 인물이 주는 중압감과 세계적 거장으로 발돋움하려는 임권택 감독, 둘 모두 배우 최민식에게는 어려운 숙제였다.

감독보다 배우가 돋보이는 영화에 출연해왔던 그가 배우보다 감독이 두드러지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중압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배우가 돋보이는 영화라는 것 역시 감독의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때문에 임 감독과 작업을 하면서 어느 대목에 많이 나오고, 돋보이고 하는 문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임권택 영화의 주연이자 또한 조연으로서 그는 숙제 하나를 먼저 푼 셈이다.

두번째, 그가 해석한 장승업은?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기인? 세상에 술이나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는 별로 없다. 그러나 고아로 자란 그에게 여성이란 어머니의 다른 이름이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장승업이 전국 유랑을 시작하기 위해 서울에서 떠나기 전 자신의 몸종인 판세의 아이를 한동안 안고 있는 대목이 있다. 그는 ‘내 씨를 받아 아이를 키우라’며 정사를 벌이다 동학군에게 잡혀 간다. 그는 기인이 아니라 모성을 갈망하며 자신의 후손을 원했던 순수한 자연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작은 꿈조차 이루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장승업을 표현하는 영화적 장치로 ‘불’을 들었다.

“당시 누구도 엄두 낼 수 없었던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는 결국 불속으로 들어간다. 가마터의 이글이글 타는 불속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열정을 그대로 나타내는 대목이다.”

자막을 처리한 영화를 미리 본 그는 “영어가 짧아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더라”며 하하하 웃었다.

“김용옥 교수가 감수한 자막은 시적이고, 고급스런 표현으로 이뤄진 것 같다. 동양적 정신세계와 해학이 많은 영화를 외국 관객들이 어떻게 볼 지 궁금하다.”

영화를 본 관객과 평론가에게 그는 무엇을 바랄까.

“영화 잘 봤다. 이런 대목은 무슨 뜻이냐, 이렇게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되면 딱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수상에 대한 욕심이 있을 법하다.

“세상에 상 준다는 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나. 하지만 폐막 리셉션에서 잭 니컬슨이나 우디 앨런처럼 내가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영화제란 축제가 아닌가.”

칸=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