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전쟁이다. 7편이라는 물량 공세도 만만치 않지만 월트디즈니, 드림웍스, 미야자키 하야오 등 세계 최강들이 모였다.월드컵축구 특수를 노린 ‘스페릭스’가 31일 포문을 열면, 학교로는 무대가 좁아 우주에서까지 말썽을 부리는 천재소년 ‘지미 뉴트론’6월6일 그 뒤를 잇는다.
6월28일 개봉할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으며 더욱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확인시킨 작품.
해적판으로 볼만한 사람들은 다 보았던 오래된 재패니메이션이 아니다. 여주인공 치히로가 돼지가 된 부모를 구하기 위해 명랑소녀 센으로 변신해 판타지 모험을 떠난다.
애니메이션의 전통 강호 디즈니와 드림웍스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에 정면 대결한다. 드림웍스의 ‘스피릿’(7월5일 개봉)은 서부 개척시대 평원을 배경으로 야생마의 자유와 사랑을 노래한다.
2D와 3D의 전면적인 결합을 시도해 ‘트래디지털’이라는 신조어를 스스로 만들어낼 정도로 기술적 도전을 시도했다.
디즈니의 ‘릴로&스티치’(7월12일 개봉)는 하와이 소녀와 괴팍하면서도 약간은 깜찍한 구석이 있는 외계생명체 스티치와의 조우를 그린다. 스티치는 디즈니가 미키마우스의 대를 이을 차세대 대표 캐릭터로 밀 계획.
불가사리와 해파리가 돼버린 세 어린이가 겪는 바닷속 모험극 ‘어머!물고기가 됐어요’도 7월26일에 선을 보인다.
‘인어공주’의 저자 안데르센의 상상력을 잇는 덴마크 애니메이션이다. 20세기 폭스도 빙하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3D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8월9일 개봉)로 아심차게 도전장을 냈다.
3월15일 미국서 개봉해 첫 주 4,800만 달러(약60억원)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스페릭스
다재다능하고 경험이 풍부한 코치 아토, 영리하고 터프한 선수 니크, 꿈많고 적극적인 선수 케즈.
한일 월드컵축구 공식 마스코트로 선정된 그들이 3D애니메이션 ‘스페릭스’의 주인공이다. 월드컵 사상 최초의 공식 애니메이션으로 영국 슬라브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축구와 미식축구를 섞어놓은 듯한 스페릭스볼 대회가 무대. 지금 지구촌이 월드컵 축구에 열광하듯, 세계가 선과 악을 상징하는 우주의 두 종족 아트모스와 널모스는 스페릭스볼에 열광한다.
우승을 위해 널모스는 아트모스의 선수 니크와 케즈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결과는 아트모스의 역전승.
우리말 더빙판으로 개그맨 심현섭과 강성범의 CF와 코미디 ‘수다맨’을 패러디한 경기중계가 애교스럽다.
스페릭스볼은 속도감이 넘치다 못해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산만하지만, ‘정의의 승리’라는 단순 명료한 교훈을 보면 역시 유아용.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 모든 경기에 이 영화의 3분짜리 하이라이트를 상영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31일 개봉. 전체관람가.
■천재소년, 지미 뉴트론
월트 디즈니의 ‘토이 스토리’처럼 미세한 먼지의 흐름까지 보이는 컴퓨터그래픽의 섬세함도 없다.
그렇다고 드림웍스의 ‘슈렉’만큼 유연하지도 재치가 넘치지도 않는다. 머리가 너무 커 가분수가 된 캐릭터들, 헤어스타일도 촌스러운 1950년대 모습이다.
석회로 만든 인형처럼 표정 변화도 별로 없고, 질감도 투박해 보인다.
줄거리도 간단하다. 자칭 ‘천재 소년’으로 온갖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말썽꾸러기 지미 뉴트론이 로봇 개와 함께 어른들을 잡아간 달걀외계인 요키안과 맞서 싸운다.
처음에는 “공부해라” “너희들끼리 놀이공원에 가지 마라”라고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부모들이 없어지자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며칠 못 버티고 울상이 된다.
존 데이비스 감독의 ‘천재소년, 지미 뉴트론’(Jimmy Neutron: Boy Genius)은 그야말로 어린 아이들처럼 단순하다. 그런데 어른이 봐도 너무나 유쾌하다.
바로 어린이다운 엉뚱하고 귀여운 상상력, 어린이 수준으로 생각하는 과학의 세계 때문이다.
강철 똥을 누는 로봇개에서 로봇미용사, 자동 양치질기계, 수퍼 풍선차, 물체를 축소시키는 리모콘까지 지미의 발명품들은 잘 나가다 마지막에 엉뚱한 사고를 친다.
지미가 만든 엉성한 깡통 비행기와 놀이동산의 온갖 기구에 엔진을 달고 산소도, 중력도 없는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도 그들이 예닐곱 살의 아이들이기에 어색하거나 이상하지도 않고 오히려 깜찍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개봉 때 미국 영화계는 작지만 엉뚱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 영화를 ‘새로운 장난감(발명품)을 갖고 노는 어린이들’이라며 놀라워 했다.
8,1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고, 올해 오스카상 애니메이션 부분 후보에도 올랐었다. 텍사스의 작은 독립프로덕션 DNA의 장인정신이 이룩한 개가였다.
제작자 키스 알콘은 말했다. “꼭 값비싼 장비와 멋진 스튜디오가 필요한가. 아이디어와 새로운 세계를 디자인하고자 하는 욕망,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살아 움직이게 할 열정만 있다면.” 6일 개봉. 전체관람가
문향란기자
iami@hk.co.kr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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