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맨’으로 평가받던 민주당 이협(李協) 최고위원이 24일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계열사인 임팩프로모션으로부터 2000년 4월께 2,000만원을 받았음을 인정한 것은 정치권 안팎에 큰 충격이다.이 의원은 특히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며 정치자금법상의 후원금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았고, 총선 자금 관리용 장부를 별도로 만들어 관리했음을 고백해 ‘제2의 김근태(金槿泰) 파문’으로 확산될 가능성까지 있다.
이 위원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는 최소한 정치자금법 위반, 더 나아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될 위험에 처했다.
더 나아가 이 위원은 2,000만원이 큰 돈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 수수를 전혀 보고 받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하지도 않았다”며 객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 대가성 부분과 관련해 의혹의 시선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이 위원은 당초 이날 아침에만 해도 본보 1면 보도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었다. 그는 그러나 오후3시께 당사 기자실을 다시 찾아 와 “더 확인해 봤더니 2000년 3월20일을 전후해 2,000만원이 우리 사무실에 들어왔다”며 “오늘 아침까지도 전혀 몰랐었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여직원이 메모를 보여줘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가 총선 때여서 나는 지역에 내려가 있었고 서울 의원회관 사무실 직원들이 돈을 받은 것 같다”며 이 모 전 보좌관 이름을 적시한 뒤 “후원금 영수증 처리도 안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소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 위원은 특히 “후원금 장부에서는 그 돈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선거자금을 관리하는 별도 장부에 돈 수수 사실이 연필로 메모돼 있었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이는 총선 때 법정후원금 관리용과 별도로 선거자금용 ‘비밀 장부’를 만들어 사용했음을 알게 하는 것이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정치인들이 총선 때 선관위 신고용과 총선 자금 개인 관리용 등 2중 장부를 만들어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또 “선거가 끝난 뒤 그 돈이 선관위 신고 내역에 들어가 있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해 선관위에 낸 선거자금 신고 내역도 제대로 만들지 않았을 개연성을 짙게 했다.
이 위원은 그러나 이 돈이 체육복표 사업 입법이나 사업자 선정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다음은 이 위원과의 문답.
-2000만원 받은 사실을 선관위에 신고했는가.
"확인하지 못했다."
-후원금으로 처리되지 않았단 말인가.영수증은 발행했나.
"후원금 영수증철을 다 확인해 봤는데 거기에는 없었다.영수증 처리가 안된것 같다.장부에 연필로 메모가 된 것을 여직원이 오늘 낮에야 내게 알려줬다.총선 기간에 서울 의원회관의 이 모 보좌관이 받은 것 같은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
-2000만원은 큰 돈인데 보고 받지 못했는가.
"나는 선거운동에 열중하고 있어서 전혀 알지 못했다.총선 끝나고도 보고받지 못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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