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4일 국방백서의 발간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백서를 매년 발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이유로 격년으로 발행한다고 해놓고, 막상 시한이 되니 또 다시 연기한 것이다.물론 말 많은 ‘주적’(主敵) 표현 때문이다. 겉으로는 “금년은 국민의 정부를 마감하는 해여서 그 동안의 국방업무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특정표현 부분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도 참고했다”며 진짜 이유가 ‘주적’ 표현에 있음을 인정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국방부의 이 결정은 한마디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당초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도 정치권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억울해 하지만, 국방부가 정치권에 휘둘리거나, 아니면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사실 1988년 국방백서가 처음 나왔을 때 국방목표는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고 돼 있었다.
이후 1994년에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고 바뀌었으나 1995년판부터 ‘북한=주적’의 개념이 등장했고 1996년부터 ‘주적인 북한’이라고 바뀌었다.
1994년 북한의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정치권의 성화에 못 이겨 ‘주적’이라는 표현을 넣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주적’ 표현의 삭제를 요구하면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7개월 앞두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국방부, 나아가 현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냈어야 옳다.
미적거리며 피해갈 것이 아니라, 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일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했어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 그것이 책임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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