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동강 댐 건설 문제로 시끄럽던 1999년 4월 강원 영월에 조그만 박물관이 하나 생겼습니다.영월군 서면 광전리 38번 국도변 폐교에 들어선 책박물관이었지요. 서울 광화문에서 고서점을 하던 박대헌씨가 20여년간 준비한 끝에 마련한 곳이지요.
댐을 짓느냐, 마느냐로 팽팽한 긴장이 흐르던 그곳에 소박한 문화공간이 들어선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서울 사람이 시골에 음식점 내고 여관 세우는 것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시골에서 제대로 운영이나 될 지 걱정도 됐습니다.
프로그램은 어떨지, 주민들이 외면이나 하지는 않을 지도 궁금했지요. 그 뒤 몇 차례 영월을 들렀지만 주로 동강이나 서강, 장릉 등을 구경하기에 바빠 박물관을 직접 가보지는 못하고 박물관 표지만 보고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박물관에서 원로 만화가 송광용씨가 중학교 때부터 쓴 40년 만화를 곁들인 일기를 전시한다는 자료를 받았습니다.
최근 나온 ‘나머지 학교’(재미마주 발행)라는 어린이 책에도 영월책박물관이 등장합니다.
시골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다른 학교로 전학가야 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책에서 폐교되는 고운초등학교가 바로 현재 영월책박물관이 들어선 곳입니다.
이런 자료와 책을 받아들고 영월책박물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지 다시 한번 궁금해졌습니다. 전시행사가 많고 음악회도 연다고 합니다.
이번 달에는 공연 영화상영 독서토론 등으로 책축제를 열었는데 영월 주민만도 100여명이 참가했답니다.
지금은 송광용씨의 일기와 지금까지 나온 교과서 등을 전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포스터 사진 전단지 등을 모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박대헌씨는 “처음에는 서울 사람이 박물관을 꾸린다니까 주민들이 무덤덤했는데 이제는 제법들 관심을 보인다”며 “앞으로 책이 더 모이면 주민들이 책을 열람하고 빌려볼 수 있는 도서관 기능도 갖추겠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도, 영월군도 박물관에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의 화려한 박물관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작은 박물관이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큰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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