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전 세계 축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다.언론의 대회 전망과 스타 플레이어 소개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축구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와 축구에 적용된 과학 원리를 소개한 책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월드컵, 신화와 현실’(한울아카데미)은 임현진 정준영 송해룡 등 사회학 체육학 언론학 등의 소장 학자들이 월드컵과 축구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의미를 파헤친 국내 최초의 단행본이다.
이들은 월드컵을 자본과 언론의 합작품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의 응원에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한국중심주의와 세계화의 조화 가능성 그리고 그에 따른 새로운 문화운동의 가능성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국가주도적 엘리트 체육 대신 대중체육ㆍ사회 체육이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축구 전쟁의 역사’(이지북)는 우간다 출신 기자ㆍ출판인 사이먼 쿠퍼가 1994년 한 나라에서 축구가 갖는 의미, 정치 문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탐구한 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탈리아 러시아 미국 등 22개국을 여행하면서 선수와 축구 팬, 정치인들을 만나 그 나라 국민성, 역사적 배경, 정치 상황 속에서 축구의 숨겨진 모습을 찾아낸다.
그 같은 작업의 결과 저자는 축구를 대리 전쟁으로 규정한다.
네덜란드가 독일과의 경기에 목숨을 거는 데는 나치 치하 과거사를 설욕하려는 무의식이 깔려있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구교도, 신교도가 셀틱, 레인저스 양팀으로 완전히 갈려 자기네만의 심리적 커뮤니티를 이루려 한다고 보는 것이 대표적 보기. 옛 동독의 한 사내는 서독 프로축구 팬이라는 이유로 비밀 경찰의 감시를 받은 끝에 결국 ‘축구망명’ 길에 오른다.
‘오프사이드는 왜 반칙인가’(뿌리와 이파리)는 일본 스포츠평론의 주간 나카무라 도시오(中村敏雄)가 오프사이드의 역사와 비밀을 밝힌 책이다.
저자는 상대 최종 수비수보다 공격수가 앞에 있으면 적용되는 반칙 오프사이드를 중세 영국의 마을 축제 ‘풋볼’에서 찾는다.
풋볼은 4㎞ 거리의 골대를 사이에 두고 무려 1,000명이 참가, 하루 종일 언덕을 넘고 내를 건너며 벌인 최대의 공동체 행사.
오프사이드 규칙의 비밀은 바로 풋볼을 오랫동안 즐기는 데 있었다.
당시는 한 골만 넣으면 그것으로 풋볼도, 축제도 끝이었고 따라서 득점을 어렵게 해 더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리도록 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001년작.
우루과이의 언론인,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축구, 그 빛과 그림자’(예림기획)에는 축구 탄생부터 1998년까지 축구의 역사와 축구사의 중요한 사건 등이 담겨있다.
우루과이 나치오날클럽의 압돈 포르테가 경기장 한 가운데서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자살 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귀국 직후 저격당한 콜롬비아의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이야기, 42년 키예프공화국 팀이 점령국인 나치 독일과의 경기에서 이기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승리한 뒤 선수 11명이 사살된 사건 등 축구의 어두운 면이 나온다.
38년 이탈리아의 메아자가 흘러내리는 바지를 두 손으로 치켜 올린 채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일, 옛 소련의 전설적 골키퍼 야신이 긴장을 풀기위해 경기 전 줄담배와 독주를 마신 기행 등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된다.
‘축구의 과학’(한승)은 영국의 물리학자 존 웨슨이 물리학적으로, 확률로 축구를 풀어본 책이다. 올해 영국서 출간된 책.
물리학적인 면에서 본다면 축구는 발로 공을 차는 비교적 단순한 역학에서부터 공이 공중을 날아가는 과정의 복잡한 유체역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리가 적용되는 경기.
축구 공이 튀는 이유는 공 안의 압력이 높기 때문이며, 패스를 대개 발 안쪽으로 하는 이유는 그곳이 평평해서 공이 다른 방향으로 갈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공이 한쪽으로 휘어져 날아가는 바나나킥은 공을 중심부에서 비껴서 차면 회전이 생기면서 공기의 흐름이 한쪽으로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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