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6시 세계최강 프랑스와의 재대결(수원월드컵경기장)을 기다리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겐 믿는 구석이 생겼다. 지난해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서 0-5로 대패했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히딩크 감독에겐 그들의 공격력을 제어할 자신감이 있다.안정환(26ㆍ페루자)이 대표팀의 경기 흐름을 변화시킬 변속 기어라면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25ㆍ전남)은 상대의 공격 템포를 감속시킬 ‘브레이크’다.
21일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서 마이클 오언(리버풀)을 비롯, 상대의 파상공격을 1차적으로 훌륭하게 저지한 그는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에 걸맞게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하며 국제적 수준에 접근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프랑스전서 그가 상대해야할 맞수는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낸 지단은 입국이 늦어져 풀타임 출전이 어렵게 됐지만 김남일은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잉글랜드전서 “에밀 헤스키(리버풀)를 막다가 탈진했다”는 김남일에겐 지단과의 대결이 오히려 흥미롭다. “포르투갈전서 피구(레알마드리드)를 상대하기 위해 지단과는 90분 동안 뛰어볼 필요가 있다”며 정면승부를 기대하고 있다.
지단보다도 두려운 프랑스 공격의 핵은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 2000년 유럽선수권 결승서 연장 골든골로 우승을 안겼던 그는 올 시즌 이탈리아 1부리그(세리에A)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트레제게를 방어할 임무는 홍명보(33ㆍ포항)의 몫. 잉글랜드전서 길목을 차단하는 수비력과 35m의 통쾌한 중거리슛을 선보이는 등 화려한 리베로의 모습을 과시했지만 프랑스 전에는 중앙수비수로서 수비에 치중할 계획이다.
히딩크 감독은 잉글랜드전이 끝난 뒤 “홍명보의 활약은 돋보였지만 수비를 소홀히해서는 안될 것”이라 충고했다. 그러나 강팀과의 경기에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홍명보는 “기회가 난다면 언제든지 공격에 가담할 계획”이라며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한편 왼쪽 공격수로 기용되던 이천수(21ㆍ울산)가 오른쪽 복숭아뼈 부상으로 프랑스전에 나서지 못해 황선홍(34ㆍ가시와)이 중앙공격수로 출격한다. 현재 A매치 49골을 기록중인 그가 프랑스를 상대로 50호골을 작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설기현(23ㆍ안더레흐트)은 왼쪽 측면서 활약할 전망이다. 프랑스가 트레제게를 원톱으로 내세움에 따라 한국은 이영표-홍명보-최진철-송종국의 4백 라인으로 맞선다. 25일 오후2시20분에 입국하는 프랑스대표팀은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 여장을 푼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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