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3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金弘業)씨가 관리한 비자금 일부가 대선잔여금이라는 의혹을 걸어 김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거듭 요구했다.권력형 비리 의혹의 몸통으로 김 대통령을 지목한 연장선상에서 1997년 대선자금 문제까지 사정권에 넣겠다는 뜻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대선잔여금설은 부패 게이트가 정치자금 게이트로 옮겨가는 출발점”이라며 “김 대통령의 직접 조사와 해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도 “김 대통령은 97년 대선 때 후원금과 국고보조금만 썼다고 했다”면서 “그렇게 조성된 선거 자금이 남았다면 당연히 당에 돌려줘야 하는데 아들에게 주었으니 결국 정치자금을 횡령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편 당내에서는 대선잔여금설의 배경과 관련, “홍업씨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정치자금 논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치자금 시비를 불러 일으킨 뒤 세풍 사건을 재탕하는 등 양비론을 유도해 부패 게이트 국면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분석도 했다.
홍업씨의 대선잔여금 관리 논란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날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모든 것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라고 원론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들은 김씨가 16대 대선 과정에서 쓰고 남은 돈을 일부 갖고 있다 친구 김성환씨에게 관리를 맡겼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김씨가 지난 대선 때 정치 홍보기획사인 ‘밝은 세상’을 운영했고, ROTC 관련 조직도 관리하는 등 선거에 깊숙이 개입했음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고 당 또는 개인적으로 아는 후원자들로부터 이를 조달, 쓰고 난 뒤 남은 부분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다른 관계자는 “당선 직후 DJ가 의원 등에게 격려금을 줬는데 당 후원회에서 관리하던 선거자금 중 남은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홍업씨 돈도 그런 차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와 달리 정치권에서는 DJ가 대선잔여금 중 일부를 사실상 무직자인 홍업씨에게 생활자금으로 줬을 가능성을 주목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홍업씨는 직업 삼아 ‘밝은 세상’을 운영하길 원했지만 DJ가 이를 정리토록 지시하고 아태재단을 맡도록 했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음을 뒷받침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