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은 어디로?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칸영화제 본선 경쟁작 22편중 평론가들의 관심을 끄는 영화는 미국영화 폴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Punch Drunk Love)’와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영국의 마이클 리 감독의 ‘도 아니면 모(All Or Nothing)’, 팔레스타인 감독 엘리야 슐레이만의 ‘신의 간섭(Intervention Divine)’ 등이다.
99년 미국 콜로라도의 컬럼바인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동 사건의 후유증을 다룬 ‘볼링 포 컬럼바인’에 대해 마이클 무어 감독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공포의 문화를 다루고 싶었다”고 밝혔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 역시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개그맨 출신의 아담 샌들러를 주연으로 세운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에 빠진 중소기업 사장이 폰 섹스 상대의 집요한 해꼬지로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
‘매그놀리아’에서 미국인들의 썩은 정신세계를 풀어냈던 감독은 좀 더 말랑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인생에 대한 또 다른 우울을 해석해 냈다.
‘신의 간섭’은 특히 유럽 평론가들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는 작품.
예루살렘에서 만난 이스라엘 국적의 팔레스타인 남자와 팔레스타인 여성이 예루살렘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국경을 넘는 과정을 그린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판타지를 곁들인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특히 ‘매트릭스’와 ‘와호장룡’같은 흥행 영화를 패러디했을 정도로 유머 감각과 정치적 의식을 결합했다.
택시 기사의 우울한 일상을 그린 마이클 리 감독의 ‘도 아니면 모’는 감독의 전작인 ‘시크릿트 앤드 라이’처럼 일상 속에 감춰진 갈등 구조를 탁월하게 풀어놓았다는 평가이다.
켄 로치의 ‘달콤한 열여섯(스위티 식스틴)’은 영화제 중반이 지나며 강력한 수상후보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빈민소년의 현실을 다룬 이 영화는 켄 로치 영화사상 처음으로 영어자막을 삽입, 수상을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대두하고 있다.
평론가들 사이에 평점은 마이클 리의 ‘도 아니면 모’에 버금가는 수준.
올해는 지난해 ‘물랑루즈’처럼 화제작이 적은 대신 작품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수상작 선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평론가 전찬일씨는 “심사위원이 남자 감독과 여성 배우로 구성됐다. 괴팍한 성향의 데이비드 린치 위원장을 빼고는 모두 잔잔한 아트영화 취향이다. 빌 오거스트, 클로드 밀러, 라울 루이즈.
월터 살레스 등이 자신들의 영화처럼 잔잔한 감동과 예술혼을 추구하는 작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다큐인 ’볼링 포 컬럼바인’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신의 간섭’ 같은 영화보다 마이클 리나 켄 로치, 로만 폴란스키( ‘피아니스트’)처럼 유럽의 거장, 25일 공식 시사를 기다리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처럼 잔잔한 울림이 있는 영화가 유리하다는 것.
“심사위원의 가슴(Heart)이 수상작을 결정할 것”이라는 빌 오거스트의 말이 현실로 나타날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칸=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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