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관리를 어찌 하오리까.”한국이 본선 3경기를 치를 부산ㆍ대구ㆍ인천의 월드컵경기장 잔디상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잉글랜드 스페인 등 국내에 준비캠프를 차린 유럽의 강호들이 잔디적응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홈그라운드 잔디의 길이와 습기를 암묵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한국이 잔디상태의 이해득실 계산에 나선 것이다.
현재 국내 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유럽에 비해 길고 건조한 편. 잉글랜드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한국의 잔디에서는 공이 너무 느리게 굴러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강조했고 울산에서 훈련중인 스페인 선수들도 “잔디가 길어 공이 멈춘다”며 “연습 전 미리 물을 뿌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폴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강호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으로선 경기 당일 잔디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잔디가 촉촉하길 기대하고 있다.
잔디가 젖어 있어야 빠른 패스 등 대표팀의 장점인 스피드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히딩크 감독은 “잉글랜드와의 경기 당일 햇볕이 쨍쨍해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선수들이 메마른 한국잔디에 더욱 고전하고 있는 만큼 잔디를 최대한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대표선수들이 잔디에 계속 적응해 온 만큼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10개 경기장 잔디를 관리하고 있는 월드컵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잔디의 길이와 뿌리는 물의 양은 조절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대표팀이 원하는 잔디상태를 알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길이는 25㎜이고 경기 당일 뿌리는 물의 양은 FIFA 코디네이터가 두팀 감독의 의견을 감안해 결정한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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