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금서비스 업무비중을 2004년부터 전체 업무의 50% 이내로 축소한다는 방침을 골자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 조치가 규제 일변도로 회귀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카드업계, 그리고 비정상적인 현재의 카드시장에 대해 일정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시민단체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김남근(金南槿ㆍ39ㆍ변호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전용덕(田溶德ㆍ50)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입장을 들어봤다.
●찬성 / 김남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미 부실은 발생한 것이기에 늦춘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회수 방법을 모색하고 조정 절차의 제도적 안착이 우선이다.”
김남근 사무처장은 “30여개에 달하는 국내 신용카드 회사들은 과당 경쟁으로 발생하는 무작위 카드발급이 가져오는 부실을 고리의 현금서비스로 메우고 있다”면서 “대금결제 편의나 소득파악의 제고 등 원래의 취지와 동떨어진 현금 서비스만 늘어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서비스 축소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것이란 우려와 관련, “돌려막기가 한계에 다다르면 사채시장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부실은 발생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카드 사용이 개인파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갱생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일시 완납만을 독촉하는 채권회수는 갱생의지를 상실케 할 뿐”이라면서 “갱생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에게는 상환 만기일 연장과 탄력적 분납, 연체이율 완화 등의 조치를 통해 갱생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개인파산 신청을 하면서 면책을 구하는 제도만 있는데 신용카드 과소비의 경우 면책불허 결정을 내려 갱생제도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80년대 신용불량자가 급격히 증가했던 미국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안을 만들어 법원의 승인을 받은 후 계획안을 수행할 경우 면책해 주는 개인갱생절차법을 적용했고, 일본 역시 일부 면책ㆍ일부 변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한 뒤 최근에는 민간갱생절차법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수수료 담합으로 과징금까지 물고 있는 카드회사들이 시장의 원리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는가”고 반문하고,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감독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대 / 전용덕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소액대출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면 서비스 이용자를 고금리의 사채시장으로 내몰아 오히려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전용덕 교수는 “2001년 기준으로 신용판매액은 175조원, 현금대출은 305조원으로 현금서비스 비중을 50%로 맞추려면 현금대출 가운데 130조원을 빨리 회수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영세민들의 개인파산이 속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의 비중이 과도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고금리 사채시장의 폐해에 대한 완충작용으로서의 긍정적인 역할도 평가했다.
“이러한 카드대출의 증대는 고금리 사채로 억제되어 있던 잠재 수요가 현금 서비스 한도 철폐로 인해 가시화 된 것일 뿐이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타드사의 축적된 위험 관리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말 현재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면 연체율은 2.7~4.9%로 다른 부문의 연체율보다 크게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대출한도의 유기적 조정에 의해 외환위기 이후 카드사의 연체비율이 오히려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신용불량자의 양산 원인은 정부의 저금리정책과 예금보험제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여신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금융상품의 판매한도를 정해 놓는 것은 반(反)시장적인 접근”이라고 논박했다.
정부의 인위적이고 일괄적인 신용특별사면에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전면 사면은 금융기관의 신용평가능력을 저하시켜 오히려 신용불량자를 양산케 할 위험성이 높다”면서 “신용카드사의 신용불량 및 연체비율의 공시 의무화, 개인신용평가회사를 통한 신용정보 유상 활용, 미성년자 카드 발급시 법정대리인의 사전 동의 의무화 등을 전제로 시장원리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카드 현금서비스
재경부는 99년 4월 소비진작을 명분으로 당시 70만원이던 카드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카드사의 자율에 맡겼다.
이를 계기로 전문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확대했다.
올해 1/4분기 카드사 매출액 가운데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3.8%.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110만명이고 1,000만원 이상의 현금대출을 안고 있는 잠재적 신용불량자는 53만 명이다.
정부는 23일 현금서비스 업무 한도를 50%로 축소하고, 가두ㆍ방문판매 금지, 발급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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