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교수 4인의 자식키우기 / "어릴땐 엄하게, 커선 부드럽게 꾸짖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교수 4인의 자식키우기 / "어릴땐 엄하게, 커선 부드럽게 꾸짖어야"

입력
2002.05.24 00:00
0 0

자식을 혼내야 할 때 매를 들지 못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평소 자식에게 충분한 사랑을 베풀고 있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아이의 기를 꺾어서는 안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에 자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읽고 동조해주는 1인칭 역할과 동시에 사회적 잣대를 갖고 아이의 행동을 평가하고 교정하는 3인칭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청소년상담원이 가정의 달을 맞아 마련한 ‘부모대학’ 에서 강사로 나서 큰 호응을 얻었던 안경환 서울대 법대,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손봉호 서울대 사회교육과, 김재환 한양대의대 임상심리학 교수의 자녀교육법을 소개한다.

이들은 풍족한 환경 때문에 일탈의 유혹이 많은 계층일수록 더 엄하게 자녀에게 원칙과 도덕성을 적용하라고 조언한다. 부모대학(02-2253-3811)은 6월 11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나이 쉰에 뒤늦게 첫 아들을 얻은 안경환(55)교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두 돌이 지났을 때 어린이날 선물로 매를 준비했다.

앞으로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이 다른 부모에 비해 짧을 것이라고 생각한 만큼 확실한 가르침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매를 드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이기심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매를 들기 전 반복해 타이르고 충분한 경고를 주어야 한다.

일단 매를 들고난 후에는 자녀의 마음을 달래주는 사후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의 집에서 매를 드는 것은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어 두 아이들과 뒹굴며 놀아주는 그의 몫이다.

바쁜 엄마가 매를 들면 아이들은 ‘엄마는 왜 매일 날 때리기만 하나’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사랑과 재물은 나누는 것’ 임을 가르치기 위해 아들을 위해 돼지저금통을 마련했다.

저금통이 가득 찼을 때 아들과 불우이웃돕기센터를 찾아갔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아이가 저금통에 동전 집어넣기를 꺼리는 것을 발견했다.

동전이 달콤한 과자로 바뀔 수 있다는 유혹이 컸으리라. 대화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된 그는 절충안으로 돼지 저금통을 두 개 만들어 하나는 불우이웃을 위해, 다른 하나는 자신을 위해 저축하도록 가르쳤다.

최재천(48)교수는 중1 아들에게 매보다는 대화를 통해 가르치는 쪽이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아이와 함께 사전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는 그는 컴퓨터 게임에 관해서 만은 엄격하게 규제하는 편이다. 처음엔 아예 게임을 금지했다.

그러나 아들이 게임을 하지 못해 친구와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컴퓨터 게임을 허용했다.

하지만 게임시간은 하루 30분~1시간으로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아들은 주중에 게임을 하지 않고 대신 주말에 친구와 이 6시간 연달아 게임을 했다.

약속은 했지만 불안해진 그는 아들을 혼내는 대신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느냐’ 며 겁을 주었다.

다행히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여놓은 덕에 아이는 게임보다 책보는 재미가 우선이다.

그는 게임 외에도 이 세상엔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미리 가르치는 ‘기초공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소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은 아빠가 되기 이한 필수 조건이다.

김재환(62)교수는 자녀가 성장하면서 부모의 교육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녀관계는 부모를 정점으로 하는 유아기의 수직관계에서 점차 수평관계로 이동해가며, 성인이 된 후에는 자녀를 정점으로 하는 역 수직관계가 된다는 것.

초기의 수직관계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옳고 그름의 기준을 명확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성 있게 상벌을 주고 자녀와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녀가 부모에 대한 신뢰를 가지도록 말이다.

그는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내적 동기인 극복동기를 심어 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칭찬이나 성취를 바라는 것이 외적동기라면, 스스로 보다 나은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 극복 동기이다.

이제는 성인(30, 25세)이 된 두 아들을 키우면서 아빠로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청소년 자녀의 오락실 출입 통제였다.

일요일 교회에 가다가도 오락실로 살며시 사라지는 두 아들에게 그는 매주 토요일 용돈을 주고 공개적으로 오락실을 다니게 했다.

가고 싶지 않다고 할 때도 보냈다. 결국 아이들 스스로 오락실에 진저리를 내게 됐다.

“자녀가 어렸을 때는 엄하게 꾸짖고, 성장한 자녀는 부드럽게 꾸짖으라”고 말하는 그는 수직에서 수평관계로 부모 자녀 관계를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에 대한 대견함을 표현하고 그들의 의견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라”고 제안한다.

손봉호(64)교수는 자녀들이 어릴 때 중증 장애인 몇 명을 민박 시킨 적이 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업어서 화장실로 데려가 세수를 시키고 밥을 떠먹였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두려워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부모를 돕기 시작했다. 장애인 손님들이 몇 번 더 다녀간 뒤 아이들은 좋은 것, 편한 것을 요구하는 일이 줄어 들었다.

자기들은 너무 편안한 생활을 한다고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학교에 가서 장애를 가진 친구를 사귀고, 장애인을 위한 봉사도 스스로 시작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돈, 권력, 지위 같은 경쟁적 가치를 많이 소유해야 비로소 고상한 가치들도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능력있는 사람이 훌륭한 인품을 갖추는 것보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이 되기가 더 쉽다”고 말한다.

훌륭한 자녀교육은 우선 인품이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자녀에게 OK, NO를 적절히 구사하라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상담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청소년만은 아니라는 점을 자주 느끼게 된다.

자녀의 성격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 배경에는 오히려 부모들이 문제일 때가 많다.

그래서 학교부적응, 친구문제 등으로 청소년이 상담실을 찾는 경우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는 보통 자녀와 부모를 함께 상담에 응하도록 한다.

양쪽의 잘못된 관계, 부모의 잘못된 대응에서 출발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상담이 모든 문제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와 자녀는 서로 가슴을 털어놓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상담은 곧 ‘옷장정리’라고 할 수 있다. 옷장 정리를 통해 안 입는 옷, 유행이 지난 옷을 정리하듯 마음 속을 정리하고 나면 훨씬 많은 공간이 생겨 새로운 자극과 고민을 수용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자녀에게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선을 그어주는 일(limit setting)은 부모에게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자녀에게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자녀에게 충분한 시간과 사랑을 베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특히 그런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부모가 자녀를 자기와는 독립된 개체로 생각하기보다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모 중에는 자녀를 꾸짖는 일을 자신을 자책하는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는 자녀를 기를 때 견제와 관용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상담실에 오는 청소년들을 보면 부모의 견제가 너무 강해서 혹은 견제가 너무 없어서 탈이 난 경우가 많다.

무조건 OK하는 부모의 심리적인 밑바탕에는 자녀를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경우가 많고, 무조건 NO하는 부모는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관계의 단절로 이어져서 ‘엄마 아빠가 해준 게 뭐냐’는 소리를 듣게 되고, 전자는 다해 주고도 돌아오는 것이 없어 역시 관계가 단절되고 기대는 절망이 돼 더 큰 좌절을 부모에게 안겨준다.

부모역할이란 자녀에게 OK와 NO를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이 아닐까.

/박관성.한국청소년상담원 전문상담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