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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파, 4번째 전쟁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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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파, 4번째 전쟁터지나

입력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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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 분쟁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이 전면전이 거론될 정도로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국경 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 놓은 양국은 병력 증강을 계속하며 전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전면적인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대치 상황

지난해 12월 카슈미르 게릴라의 인도 의사당 테러 공격으로 조성된 양국 간 긴장은 지난 주 파키스탄에 근거를 둔 이슬람 무장조직의 공격으로 인도측에서 민간인 등 35명이 숨지면서 격화했다. 인도는 이 사건에 격분해 뉴델리 주재 파키스탄 대사를 추방하는 등 전면전 불사를 외치고 있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22일 파키스탄 내 무장조직과 포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을 방문, 병사들에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서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인도는 이날 국경지역에 3,000명의 병력을 증파했다.

파키스탄은 인도군이 공격해 온다면 싸울 태세가 돼 있지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를 포함, 가능한 모든 방법을 취하겠다고 유화적 입장을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성명에서 “파키스탄의 어떤 조직도 카슈미르의 이름으로 테러를 저지르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전 가능성

국제사회는 카슈미르 지역에서의 충돌이 두 핵무기 보유국의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나 바지파이 인도 총리 모두 국내에서 “결코 물러서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분석가들은 현재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 등이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전면전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특히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지역에서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파키스탄이 인도에 크게 양보한 것이며,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양국 군사력

현재 카슈미르 국경 지대에는 인도군 75만명, 파키스탄군 25만명 등 100만명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다. 이는 1971년 양국간 마지막 전쟁이 끝난 후 최대 규모이다. 런던의 국제전략연구협회(IISS)에 따르면 인도는 130만 3,000명, 파키스탄은 61만 2,000명의 현역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양국 전력의 절반 가량이 이 일대에 포진해 있는 셈이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인도군은 수적 우세를 누리겠지만, 작전 수행에서는 자질이 높은 파키스탄군이 앞설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한 쪽이 재래전에서 밀리게 되면 2차 대전말 일본 원폭 투하 이후 최초로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을 내달 초에 양국에 파견, 중재를 펼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관리는 “이미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다양한 방안들을 양국과 협의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과거 두 나라를 식민지로 거느렸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파키스탄측에 카슈미르 지역의 무장단체 지원을 중단하도록 촉구했으며 내 주 초 잭 스트로 외무장관을 파견키로 했다.

이 지역에 큰 이해 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 외교부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 긴장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남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양국이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분쟁의 뿌리는

인도_파키스탄 분쟁의 뿌리는 양국 사이에 위치해 있는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 다툼이다. 양국이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1947년 이후 이슬람 주민이 대다수인 카슈미르는 파키스탄으로 귀속될 예정이었으나, 이 지역 힌두 지도자가 군사 원조를 대가로 인도에 통치군을 넘김으로써 분쟁의 씨앗을 뿌렸다.

1949년 1차 전쟁 이후 서부 아자드 카슈미르는 파키스탄으로, 나머지 잠무 카슈미르는 인도령으로 편입됐다. 그러나 1965년 2차 전쟁, 1971년 3차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카슈미르는 인도 통치에 반대하는 친 파키스탄계 게릴라의 무장투쟁 본거지로 등장했다.

1972년 ‘심라 협정’ 에 따라 해발 5,000㎙ 산악지대에 유엔 관할 통제선(LoC)이 설정됐으나 양국은 접경 지역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켜 항상 팽팽한 대치상태를 지속해 왔다. 1998년 5월 양국 핵실험으로 갈등이 고조, 대규모 포격전이 벌어졌다.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인구의 대다수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독립 당시부터 파키스탄령에 포함됐어야 한다며 유엔 결의에 따라 주민들이 투표로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도는 1972년 협정에 따라 쌍무협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양국은 카슈미르 독립을 위한 제3의 선택에는 모두 반대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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