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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공정위원장·박용성 상의회장 '재벌규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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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공정위원장·박용성 상의회장 '재벌규제' 논쟁

입력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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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벌정책의 사령탑인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과, 재계를 대표해 규제철폐를 촉구해온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재벌규제와 관련, 간접 논쟁을 벌였다.이 위원장과 박 회장은 이날 아침 서울시내 같은 호텔에서 30분 차이를 두고 각기 열린 조찬 모임에 참석했는데, 이 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일방적 경영이 여전하다”며 규제 필요성을 역설한 반면박 회장은 “왕회장의 시대는 갔다”며 시장의 힘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아침 7시 서울 하얏트호텔 2층 로터스룸에서 열린 ‘바른경제동호인회’ 조찬 모임에서 “기업 주인은 주주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회사 주인은 오너’라는 인식이 여전하다”고비판했다.

그는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규제 시스템과 관련, “재계에서는 한국에만 있는 규제라며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연 그런 요구가 타당한지 반문하고 싶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대기업 지배구조를 질타했다. 이 위원장은 “대기업 총수 일가는 계열사끼리의 거미줄식 출자를 통해 4.5% 정도의 지분만으로 전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수가 존재하는 25개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590개에 달하지만, 이중에서 총수 일가가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계열사가 전체의 53.1%인 314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이 위원장 강연 직전인 오전 6시30분 같은 호텔 1층에서 열린 능률협회 간담회에서“과거 대기업을 호령했던 ‘왕회장 시대’는 갔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정부의 규제가 아닌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시장이 대주주 위상을 좌우할 정도”라며 “시장기능을 놔두고 사외이사제 등 일부 국가에서 용도 폐기한 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박 회장은 이어 “현 정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했다고 하나 아직 피부에 느껴지지 않는다”며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누군가가 차기 정부에서 규제개혁 등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미리 연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사람은 재벌 규제에 대해 이같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기업가의 도덕성 강화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이 위원장은 “회계분식 등 비윤리ㆍ비합법 행위가 빈발할수록 사회전체의 비용이 높아지고 기업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만큼 기업가들은 높은 수준의 기업윤리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사주가 온갖 일에 간섭하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명목상의 사장을 ‘구속용 대표이사’로 만들어 감옥에 보내는 나쁜 관행이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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