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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50)국민당 탈당과 교육위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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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50)국민당 탈당과 교육위 국감

입력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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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치 이야기로 돌아가자. 1993년 4월 재산공개 파문과 사퇴선언 이야기를 하다가 샛길로 빠진 것 같다.어쨌든 부정축재 소문과 슬롯머신 스캔들 연루설로 정치에 대한 환멸은 점점 커가기만 했다.

나는 결국 93년 8월6일 국민당을 탈당했다. 당시 국민당은 옛날의 그 화려했던 국민당이 아니었다.

대선 패배 후 의원들이 속속 빠져나가는 바람에 내가 탈당계를 제출했을 때에는 김동길(金東吉) 대표와 김정남(金正男) 의원 등 12명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창당 2개월 만에 국회의원을 31명이나 탄생시킨 돌풍의 주역이 2년도 안돼 당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치의 무상함을 느꼈다. 내 신세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듯했다. 하늘같았던 정주영(鄭周永) 회장은 미국에 가서 안 돌아오지, 주요 당직자들은 이미 다 탈당을 했지….

누구보다도 끈끈한 동지애를 외치던 사람들이 오히려 먼저 빠져나갔다. 의리 없는 게 연예계라고 욕하지만, 내가 겪은 정치판은 연예계보다 더 심했다.

졸지에 무소속 국회의원이 된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미 그때는 15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구리 지역구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뭔가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참석하는 데 의의를 두는 것 아니냐”며 내 의정활동을 하찮게 바라보는 주위 시선에 대해서도 일종의 오기가 발동했다.

그 분풀이가 된 것이 94년 4~5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였다. 내가 4년 동안 의원활동을 하면서 딱 세 번 국회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는데, 세 번 모두 그 국감 직전의 일이었다.

보좌관을 모두 책상에 앉혀놓고 진짜 열심히 준비했다.

교육부 국감일. 한 감사관이 고교 특감결과 보충수업비 1,000원을 더 거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잘 걸렸다’ 싶었다. “참 잘하셨습니다. 그렇게 감사를 잘 해서 우리 교육이 이렇게 됐습니까?” 이때부터 분위기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93년 내내 상임위에서 침묵만을 지켜온 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비리의 본질을 파헤치지 않고 돈 1,000원 더 거둔 걸 적발해 성과라고 보고하면 선생님들 얼굴이 뭐가 되겠습니까?”

며칠 후에는 한 감사관이 청주대 학사비리 감사결과를 개요만 보고하고는 별도 보고서를 한달 뒤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조순형(趙舜衡) 위원장이 “지금 장난치는 거냐?”고 호통을 치자 감사관은 “10일 뒤에”라고 얼버무렸다.

‘또 걸렸구나’ 싶었다. “호통 한마디에 한 달이 10일로 줄었으니 한번 더 호통을 치면 내일이라도 제출할 것인가?”

신문에서는 난리가 났다. 어느 신문에서는 이런 나를 보고 ‘코미디 황제에서 1급 의원으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진짜 뭔가 보여줬다’고 한 신문도 있었다.

이후 10월 문체공위 국감 활동까지 포함해서 한 일간지가 선정한 ‘상임위 베스트 5위’에 내가 들 수 있었던 것도 이때 진짜로 뭔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민당에서도 이런 나에게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당은 박찬종(朴燦鍾) 의원이 이끄는 신정당과 합당을 선언,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미 내 이름을 입당의원 명단에 넣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싫었다. 내가 왜 정 회장도 없는 국민당에 들어가야 하나.

그 해 6월 초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 LA로 향했다. 더 이상 국민당 돌풍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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