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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시평] 구조조정 아직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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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시평] 구조조정 아직 갈길 멀다

입력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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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C(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2000년부터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한 이래 올 들어 100번째 회사가 탄생했다. 투자한 회사와 금액만도 900여개 기업, 2조 7,000억원에 달한다.그 동안 약 15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금융 시스템은 어느 정도 정상화를 이루게 됐으나, 아직도 기업 부문의 구조조정은 갈 길이 멀다.

당장 현대투신, 하이닉스 반도체의 처리 문제가 급하기도 하지만 IMF를 전후로 화의, 법정관리에 들어간 많은 기업들이 올해 또는 2003년부터 원금 상환기일이 도래하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현실적이지 못했던 채무 재조정안 아래서의 화의, 법정관리 절차를 시작했던 해당 기업들이 원금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부도를 내고 채권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1999년 이후 많은 은행들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서 장부상으로만 부실을 이전하고 실제로는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비은행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총여신의 14%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들은 만약 기업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지 못할 경우에 그 동안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동안 기업 구조조정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은 국내 기관들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부실채권의 대부분을 외국계 투자 은행이나 벌처 펀드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로부터 매입한 결과 재무 건전성은 확보됐으나 기업 경쟁력의 강화라는 본질적 작업은 미진하다.

올해 1분기 상장 업체들의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증감율을 분석해 보면 전체 평균으로 매출액 2.5% 감소와 순이익 2.4% 증가를 기록했지만 CRC업체들이 투자한 기업인 스타코, 금강공업, 삼성제약, 인테크 등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출액 34%, 당기순이익 566% 증가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 4월 한국 CRC협회가 정식 출범했다. CRC협회는 향후 CRC가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사 제도의 도입을 통해 구조조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세계 기업 구조조정 포럼 개최를 통해서 우리나라 CRC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하이닉스, 대우자동차와 같은 거대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금처럼 무조건 외국계의 수중에 넘어가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올해는 국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많은 외국의 투자은행, 기업인수 펀드가 국내 투자의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통해 기업체질 강화, 채권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 이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 궁극적으로는 산업경쟁력 제고라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다져나가야 하겠다.

이영탁 KTB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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