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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 2조원 들인 축제, 본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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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 2조원 들인 축제, 본전 찾아야

입력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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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우루과이대회부터 31일 개막하는 2002한일 공동대회까지 월드컵을 한번이라도 개최했던 국가는 15개국 밖에 없다. 1896년 아테네대회 이후 지난 시드니대회까지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국가도 17개국에 불과하다.더욱이 양대 ‘지상 최대의 쇼’를 전부 개최한 국가는 지구상에서 단 10개국이다. 그 10개국 중에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성적을 떠나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88올림픽 때는 이 쇼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대회직전까지 반대시위가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일주일 앞둔 지금은 그래도 그때보다는 낫다. 물론 월드컵 이후 2조원을 들인 10개 구장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아무리 돈이 남아도는 부자라도 평생 한번 있을 결혼식을 위해 예식장을 짓지는 않는데 우리나 일본이 바로 그 짝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독식이면 수지타산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부조 돈을 둘이 나눠 갖는 장사니 잘못하면 두고두고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몬트리올, 20년간 빚갚아

아무리 주변에서 세기의 축제라고 호들갑을 떨지라도 쇼는 쇼고 돈은 돈이다. 만일 여기서 본전찾는 방법을 못 구하면 몬트리올의 전철을 밟게 된다. 몬트리올은 76년 올림픽으로 돈을 못 벌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장담했다가 그때 졌던 빚을 20년이 지나서도 못 갚아 스포츠마케팅 교과서에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인용되는 도시이다.

잔치를 며칠 앞두고 이런 불길한 생각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야구단 근무시절 "직원중 세 명(기록원 포함) 빼고는 관중석만 쳐다보라"는 사장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돈 벌려고 하는 장산데 신랑신부 얼굴 쳐다보다가 부조 돈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월드컵 개최도시에서는 전시민이 프로구단의 프런트일 수가 있다. 유능한 프런트란 경기장을 찾은 외지 손님 주머니를 잘 털고 털린 손님을 기분 나쁘지 않게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16강, 국가홍보 기회니 하는 말은 구경꾼들이나 할 말이지 2조원을 털어넣은 투자자가 할 말이 아니다.

▼시민, 유능한 프런트돼야

또 한가지 생각해야 될 것은 월드컵 이후 경기장 활용방안 중 최선책은 10개 경기장이 망가지기 전에 한번 더 월드컵을 유치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온 손님들이나 관계자, 선수들에게 또 언제 볼 거냐는 식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제2의 몬트리올이 되지 않으려면 기회가 왔을 때 반 본전이라도 뽑아야 하고 전시민이 유능한 프런트가 될 필요가 있다.

정희윤ㆍ㈜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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