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 측이 계열사를 통해 2000년 4월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이던 이협(李協)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검찰에 새롭게 포착됨에 따라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TPI의 정·관계 로비가 훨씬 조직적이고 광범위했으리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실제 대기업체들의 후원금도 통상 1,000만원을 넘기 힘든 상황에서 소규모 회사인 임팩 프로모션이 2,000만원을 냈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 돈의 성격에 대해 합법적 성격을 띤 로비자금이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후원금이 제공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체육복표 사업과 관련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1999년8월 국회를 통과했고 이후 한국전자복권과 치열한 경합을 거쳐 2000년 12월 TP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0년 4월이면 업체선정 절차를 눈앞에 두고 TPI의 로비가 본격화하는 시기다.
일각에서는 후원금 수수시기가 16대 국회가 열리기 직전인 2000년 4월이라는 점 때문에 향후 사업권자 선정과정까지 고려한 일종의 보험금 성격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TPI가 다른 국회 문광위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시점도 이 시기에 집중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후원금 액수다. 지금까지 검찰 자료에서 드러난 최고액 후원금은 민주당 길승흠(吉承欽) 전 의원이 받은 900만원이었으며 이후 의원들이 스스로 밝힌 내용까지 포함하더라도1,000만원이 최고액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자료에 3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었으나 본인은 “50만원 밖에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이 최고위원의 수수액이 실제로 2,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다른 의원들의 실수수액도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와 함께 체육복표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임팩프로모션이 왜 후원금을 냈느냐하는 점도 관심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부금 한도 규정 등으로 인해 TPI가 우회납부 수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임팩프로모션이 TPI대표 송재빈(宋在斌)씨가 설립한 사실상의 송씨 회사라는 점에다 TPI의 적지않은 계열사 중 하나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한도 이하의 후원금 납부만으로는 범죄성립이 불가능하나 여러 정황상 불법 정치자금이 꼬리를 밟힐 시점도 멀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송씨가 문화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고위 간부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도 포착돼 TPI의 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급진전될 전망이다.
문광부가 체육복표 사업의 민간위탁에 대해 일관된 반대입장을 보였으며 체육공단도 지난해 1월 “TPI의 시스템에 기술적 하자가 있는 만큼 사업권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반 TPI 입장에 서있었다는 점은 이 돈을 대가성 자금으로 볼 수 있는 유력한 정황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