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는 3개월 동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상어의 미소’로 불리는 잭 니컬슨(65)이 경쟁작 ‘슈미트에 대해(About Schmidt)’의 주연으로 23일(한국시간) 칸 영화제를 찾았다.
베이지색 면바지에 흰 티셔츠, 검은 자켓을 즐겨 입는 그는 이번에도 그 차림으로 팔레 드 페스티벌 광장에 깔릴 핸드프린팅을 한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블랙코미디 ‘슈미트에 대하여’는 정년 퇴직한 슈미트가 아내를 잃은 후 딸과도 불화를 겪으며 집을 나와 떠난 여행을 그렸다.
자살에 실패한 주인공은 한 달에 22달러씩 6세 고아소년을 돕는 기부를 하면서 진정한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
‘일렉션(Election,1999년)’으로 미 독립영화 진영의 샛별로 떠오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네번째 작품으로 자신의 고향인 네브라스카를 배경으로 시나리오까지 직접 썼다.
“남자는 딱 두 사람에게만 거짓말을 해야 한다. 애인과 경찰”식의 농담을 즐겨하는 그였지만 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은 농담 한마디 못하고 워렌 슈미트가 됐다.
“그는 내가 해 본 역할 중 가장 불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평생 오만한 마음을 버릴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역이었다.”
잭 니컬슨은 11차례나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76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98년)로 남우주연상, ‘애정의 조건’(83년)으로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의 진정한 주연.
그는 “69년 ‘이지 라이더’로 칸을 찾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자유로울 것”이라며 데니스 호퍼 감독과 예술성취상을 수상했던 때를 회상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할머니를 어머니로, 엄마를 누나로 알고 자란 사실을 스타가 된 후 언론의 추적으로 알게 된 잭 니컬슨.
“세상에 나쁜 일이 워낙 많아 영화는 너무 비관적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는 감독의 말이 마치 그의 얘기처럼 들렸다.
칸=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