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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쓰는 편지 / 진철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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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쓰는 편지 / 진철씨에게

입력
200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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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길 아빠, 지금 밖에는 비가 오네요. 그 곳 파주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아픈 데 없이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어요.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쓴 지도 꽤 오랜만이네요. 신혼 때만해도 이따금 편지를 쓰곤 했는데 완길이 낳은 뒤부터는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매일매일 일상에 쫓기다 보니 여유가 없었나 봐요. 어제는 완길이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어요. 감기에 걸려 열이 많이 났는데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오늘은 연애하는 기분으로 돌아가 볼래요. 완길 아빠 대신 예전처럼 진철씨라고 부를게요.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 만은 오로지 나 만의 당신으로 생각하고 싶어요. 완길이와 은영이 얘기도 잠시 제쳐둘게요.

진철씨, 나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첫 승을 거두고 또 16강에 오르리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아요. 당신이 있기 때문이죠. 나는 당신을 믿어요. 당신은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해냈잖아요. 왜 10년 전에 당신이 저돌적으로 내게 다가왔을 때 있죠, 그 때처럼 말이에요. 3살 위인 나를 꼼짝없이 사로잡았잖아요.

삼세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당신, 94년 미국 월드컵, 98년 프랑스 월드컵에 거푸 예비멤버로 뽑히고도 본선서는 뛰지 못해 많이 안타까워 했었죠?. 그렇지만 이번은 달라요. 당신이 땀 흘린 대가를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서른 잔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거든요.

진철씨, 요즘 들어서는 당신의 유명세를 몸으로 느껴요. 일전에 아이들과 피자 먹으러 갔을 때 학생들이 당신을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할 때는 기분이 꽤 괜찮더라구요. 내가 남편을 제대로 잘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진철씨, 당신은 지금까지 늘 나의 자랑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어요. 이제 나는 당신의 든든한 원군이 되도록 노력 할게요. 가까이 있을 때나 멀리 떨어져 있을 때나 변함없이 힘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될래요.

당신이 늠름한 개선장군처럼 우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 파티를 준비하려 해요. 그런 다음에는 7년 전에 미뤄뒀던 신혼여행을 함께 떠나는 것 알죠? 6월4일 폴란드의 장신선수들의 숲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볼을 따내는 당신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을 게요. 그럼 몸 건강히.

부인 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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