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주식을 추천, 투자자들을 오도한 혐의로 기소됐던 미국 최대 투자회사 메릴린치가 21일 소송합의를 전제로 총 1억 달러의 벌금을 지급키로 뉴욕주 검찰과 합의했다. 이로써 월가를 최악의 신뢰성 위기로 몰아넣은 메릴린치 ‘이메일 사건’ 이 한 고비를 넘겼다.메릴린치는 이날 성명을 통해 뉴욕주에 4,800만 달러, 뉴욕 이외의 다른 주들에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5,200만 달러 등 모두 1억 달러를 지급키로 하는 한편 자사 분석가들이 투자은행들과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구조 개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메릴린치와 검찰 간의 이 같은 합의는 분석가들이 투자은행으로부터의 부당한 압력에서 독립적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월가 분석관행을 쇄신하는 데 큰 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메릴린치는 구조개혁의 한 단계로 모든 주식에 대한 연구 및 추천을 감독ㆍ승인하는 ‘투자검토위원회’ 를 신설하고 매수추천을 한 주식이 기준에 합치되는지에 대한 보고서도 공개키로 했다.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 법무장관은 이 밖에 주식분석 및 투자금융 업무와 연계됐던 분석가들의 보수를 이 연결고리에서 분리시키는 등 보수체계도 대폭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수년 간 월가에는 부적절하게 왜곡된 투자분석 관행이 존재해 왔다” 며 “오늘 합의는 이를 체계적으로 바꾸는 월가의 첫번째 중요한 출발점”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검찰측과의 합의로 메릴린치는 한숨을 돌렸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성명에서 “잘못을 시인하거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밝혔으나 스피처 법무장관은 집단 및 개인 민사소송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 메릴린치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더욱이 앞서 세계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메릴린치의 장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킨 데 이어 자의반 타의반 거래 기업과의 결별 및 제휴선 파기가 잇따르고 있다. 스피처 장관은 메릴린치 외 골드만 삭스 등 다른 7개 투자회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제2 메릴린치 파문을 예고했다.
메릴린치의 개혁방안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 찬성하면서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분석가들의 보수체계를 자신이 담당한 금융거래와 분리시킨다는 것은 선언적 의미일 뿐 여건상 생각하기 힘든 안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골드만 삭스는 이날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안과 별개로 투자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옴부즈먼 제도 도입 등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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