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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시아영화 투자자로

입력
200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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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세계에 진출하는 것보다 한국 자본의 세계화가 더 빠르다.한국은 제55회 칸 영화제 본선에 ‘취화선’ 한 편만을 진출했지만, 제작국가로는 두 번 크레딧이 올라간다.

한국의 이픽처스가 중국 지아장커(賈樟柯ㆍ32)의 ‘미지의 기쁨(Unknown Pleasure)’을 일본의 오피스 기타노, 프랑스의 루멘 필름스, 중국의 후통 커뮤니케이션과 공동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는 ‘특별한 언급(Un Certain Regard)’ 부분에 진출, 평론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뤼빙지엔(劉冰 ㆍ39) 감독의 ‘크라이 우먼’도 중국, 한국, 프랑스 합작이다. 한국 투자사는 MBC 프로덕션.

‘미지의 즐거움’은 몽골 근방의 한 소도시에 사는 두 백수 청년의 이야기.

‘소무’ ‘플랫폼’등으로 중국의 ‘오늘’을 담아 6세대 감독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지아장커는 임권택,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올해 칸 영화제 본선에 오른 단 세 명의 아시아 감독 중 하나가 됐다.

영화의 제작비는 50만 달러로 이픽쳐스는 이중 10만달러를 투자했다.

시사회에서 열광적인 기립 박수를 받은 ‘크라이 우먼’은 돈을 받고 초상집에서 곡을 해주는 여자의 이야기.

신문기사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뤼빙지엔 감독은 “중국 대도시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업을 그런 식으로 극복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인들의 생명력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색과 사회적 맥락도 함께 지녔다는 점이 그의 영화의 매력.

‘맨 앤드 우먼’에서 동성애를 유머러스하게 그렸던 감독은 사실 이번 영화의 자본을 구하는 데 적잖은 애를 먹었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덕씨가 공동프로듀서가 되면서 해외배급 전문사인 미로비전과 연결됐다.

미로비전은 70만 달러 투자를 맡는 조건으로 해외배급권을 갖게 됐고, 여기에 MBC프로덕션이 25만 달러, 일본 NTT가 10만 달러, 프랑스 퐁드 수드가 10만 달러를 댔다.

미로비전의 이송원 이사는 “이제 한국 영화자본도 시장을 넓혀야 할 단계다. 다국적 투자영화를 만들어 많은 나라를 공략하는 것이 시장을 확장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영화자본의 해외 투자는 시작 단계. 프랑스의 카날플뤼, 영국의 채널4를 벤치마킹한 MBC 프로덕션은 물론 국내 몇몇 영화사들이 해외직접 투자를 고려중이다.

‘한류’가 동남아 문화 컨텐츠 생산의 주체로 넓혀지고 있는 셈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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