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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大 보건대학원 조사…원정치료 최고2억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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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大 보건대학원 조사…원정치료 최고2억 쓴다

입력
200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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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최모(53ㆍ서울 강남구)씨. 최씨는 최근 미국의 유명대학병원에서 1개월간 폐암수술을 받고 돌아온 후 ‘숨쉬기가 매우 편해졌다’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곤 한다.최씨가 해외원정치료로 지출한 돈은 1억원 남짓. 국내에서 치료받을 경우 부담해야 하는 금액의 수배에 달한다. 최씨는 “의료기술이 우리 보다 나은 것 같아 원정치료를 택했다”며 “돈 보다는 건강이 우선 아니냐”고 말했다.

■ 보통 1억 이상 지출

질병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가 지출하는 원정 의료비가 환자 1명당 최고 2억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의료 사치’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원정치료 환자들이 연간 지출하는 ‘달러 돈’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돼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의료시장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국민보건연구소는 대한병원협회의 의뢰로 6개 대학병원 환자중 해외치료경험이 있는 981명을 대상으로 해외치료비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정 입원환자의 경우 평균 3만2,500달러(한화 약 4,320여만원), 최고 15만달러(한화 약 1억9,500만원)를 지출했다. 또 외래치료만을 받는 경우에도 최고 9만달러(약 1억1,700만원), 평균 7,000달러(약 970여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암 수술을 받고 한달 특실입원을 할 경우에도 최고 2,000만원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해외원정치료에 쓰는 비용은 국내에 비해 최소 2배에서 최고 10배나 더 드는 셈이다.

■ 암 치료가 압도적

특히 한해 해외원정치료 수요가 1만명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입원ㆍ치료비만 5,000억~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질병별로는 암치료(악성 신생물)가 20.5%로 가장 많았고 신경계 및 감각기계 질환이 12.6%, 순환기ㆍ소화기ㆍ근골격ㆍ결함조직 질환이 10%이상의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치료 선호국가는 미국(75.9%) 일본(9.3%) 중국(5.3%)순으로 꼽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측은 “국내환자들은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해외원정치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규모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의료계 관계자들은 “해외치료 성행은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맹신과 의료사치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며 “국내 의료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이 같은 의식을 고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해외치료수요 조사를 의뢰했던 병원협회측은 이날 열린 의료시장 개방과 관련한 공청회에서 “해외원정치료를 규제할 수는 없는 만큼 보험사를 포함한 벤처회사들의 브로커 역할을 통제하는데 규제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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