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ㆍ11 테러 이전에 경고를 받았는지 않았는지, 또 그런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든지 하는 얘기들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9ㆍ11 테러를 막는 데 실패한 것은 정보가 없어서거나 기관끼리 협력이 부실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상상력의 부재 때문이다.
설사 연방수사국(FBI)이나 중앙정보국(CIA) 그리고 백악관이 테러 정보를 공유했다고 하더라도 단언컨대 그 정보들을 종합해 오사마 빈 라덴이 저지른 테러의 규모를 짐작해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빈 라덴은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마치 찰스 맨슨(1969년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인 여배우 샤론 테이트와 동료 6명을 집단 살해한 사이비 종교 지도자)과 잭 웰치(GE사 전 회장)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사람이다.
정말 사악하고 뒤틀린 성격을 지녔으면서도 기업 최고 경영자처럼 사람들을 조직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테러 운동을 펼치고 초강국을 흔들어 놓았다.
미국인의 타고난 성품으로 이런 규모의 악행을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반복해서 이런 사태에 부딪히면서도 미국인들은 자연적이고 순진하기까지 한 낙관적인 태도로 금세 되돌아간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동부 아프리카의 미 대사관 2곳에서 폭탄으로 테러를 당하고도 몇 년 뒤 또 누군가가 작은 배에 폭탄을 가득 싣고 미 구축함 콜호를 향해 돌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993년에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폭탄을 실은 트럭이 터지고, 그 범인이 CIA 본부를 비행기로 들이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지난해 9월 11일 바로 그 말처럼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로 들이 받힐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죄악을 미국 대통령이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도리어 나는 그의 더욱 나쁜 실패를 지적하고 싶다. 좋은 일을 상상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9ㆍ11 테러 이후 일어난 미국 내의 긍정적인 국민 정서를 낭비한 데 대해 비난 받아 마땅하다.
에너지 자급 자족을 위해 마련한 맨해튼 계획(대체 에너지 개발 계획)처럼 미국의 국력 강화를 위해 지속해서 추진할 대규모 사업에 자원했던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그런 계획은 미국인의 안전을 확보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미국과 가치가 다른 나라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대 테러전을 지지하게 만드는 충분한 근거를 주기 때문에도 그렇다.
협력 국가 없이 미국은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인이 최상의 시민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는다면 유럽 같은 지역의 협력을 지속해서 이끌어낼 수 없다.
최선의 방법은 미국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지구 온난화 감소를 위한 교토(京都) 의정서에 서명하는 식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실패는 부시 대통령 혼자서 저지른 것도 아니다. 그는 역시 상상력을 결핍한 민주당 지도부의 전적인 조력을 받고 있다. 그것이 부시와 석유 기업들이 마음 대로 하도록 도왔다.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거나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의 대 테러전은 궁극으로는 불충분하다.
그런 전쟁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끝내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을 더욱 좋은 국가로 만들어서 더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차원으로 대 테러전을 폭 넓게 정의한다면 그것은 승리할 수 있는 전쟁이다.
9ㆍ11 테러 이후 나타난 것은 공항 검색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다.
그 대신 미국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고 지구 전체를 친 환경적이고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전승의 효과는 항구적으로 지속할 것이다.
그런 상상력을 가진 대통령이 미국에 없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NYT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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