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에서 중국 경찰에 연행된 장길수 군 친척 5명이 22일 중국을 출국해 필리핀을 거쳐 23일 새벽 한국에 도착함으로써 이 사건은 14일 만에 해결됐다.그러나 이 사건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간에 벌어진 외교 공방은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선 상태에서 그대로 남아 앞으로의 양국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직후 일본은 중국 경찰이 빈 조약을 위반하고 총영사관에 무단 진입해 5명을 연행했다며 신병 인도와 중국측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측은 “일본측의 동의를 얻어 연행했다”며 사실 왜곡에 대한 일본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처럼 사실관계 자체에서부터 대립하면서도 중일 양측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인도적 견지에서 5명을 북한으로 송환하지 않고 조기 출국시킨다는 원칙에는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일본측은 출국 전 신원 및 망명의사 확인 등 일본의 관여를 요구했고, 중국측은 “중국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을 강조해 교섭이 지연돼 왔다.
일본측은 중국이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일본 국내에서도 총영사관의 초동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19일부터 출국 전 관여 방침을 포기하고 출국 전 최소한의 사전 통고를 요구하는 입장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22일 필리핀 당국이 먼저 5명이 필리핀을 경유해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을 발표한 뒤에도 중국과 일본 당국은 시종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중국측은 독자적 판단에 따라 ‘국적 불명자’를 인도적 견지에서 국외추방했다는 지금까지의 망명 요청 탈북자 처리 원칙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 일본측이 사전조사 등 관여 요구를 포기한 것을 일본측이 사실상 잘못을 시인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근거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측은 일본이 중국측에 조기 출국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양보를 했기 때문에 5명의 출국이 가능했다는 ‘기여론’을 사후에 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탈북자들의 신병처리가 해결된 후 중국 경찰의 빈 조약 위반 여부 등 남은 외교적 뒷처리를 계속 중국측에 요구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설사 일본이 이를 요구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5명의 출국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어서 일본과의 추가 교섭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은 미국 망명을 원했던 5명을 받아들이는 데 미국이 난색을 표명하고 탈북자 수용과 보호에 소극적인 일본의 정책이 드러나는 등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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