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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코스닥'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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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코스닥' 열풍

입력
200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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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래소로 간다.” 벤처기업을 둘러싼 각종 게이트가 끊이지 않고 주가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자 코스닥을 떠나 거래소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대박으로 가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던 ‘벤처’라는 이름표도 이젠 벗고싶은 멍에일 뿐이다. 장외 알짜기업들 사이엔 예전과 달리 코스닥등록보다 거래소 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코스닥 엑소더스 붐

차체조립 자동화설비 전문업체인 우신시스템은 지난 21일 거래소 예비상장심사를 통과, 이달중 거래소 시장에 신규 상장된다. 그러나 이 업체는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신규 등록한 업체. 코스닥 등록 10개월도 안돼 거래소로 다시 이전한 셈이다. 회사관계자는 “공장 자동화 설비를 생산하는 회사의 특성상 거래소 시장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코스닥 시장의 침체에 따라 주가가 제 평가를 받지 못하자 상대적으로 시장 상황이 나은 거래소로 옮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신시스템의 경우처럼 ‘코스닥 엑소더스’ 대열에 끼어드는 종목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웅진코웨이와 필룩스가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이전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인 한국콜마가 4월 중순 거래소로 이전했다.

특히 코스닥 대표 기업마저 거래소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탈(脫) 코스닥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코스닥 시가 총액 4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은행이 올 하반기중 거래소 이전 목표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교보증권도 7월1일 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이미 LG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했고, 푸른상호저축은행은 9월까지 거래소로 옮길 계획.

또 세종공업, 신세계건설, 태경화학, 아이텍스필 등이 거래소 이전을 추진중이며 KTF, 국민카드, SBS, 좋은사람들, 코리아나, 원익, 한국토지신탁 등도 거래소 이전설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당초 코스닥 등록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던 현대오토넷과 삼천리제약은 현재 거래소에 예비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 2년여 전 ‘코스닥 골드러시’ 열풍이 불어닥치자 너도 나도 등록열차를 타기 위해 혈안이 되고 코스닥 거래 대금이 거래소의 2배에 육박하던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각종 벤처 비리 이미지도 추락

코스닥 시장이 장기 하락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의 외면을 받는 주요 요인이다. 거래소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태경화학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과 우수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거래소 동종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다”며 “예전에는 코스닥에 있다는 것이 프리미엄이었지만 지금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거래소로 옮긴 웅진코웨이 주가는 상장 당시 3,000원대에서 최근 1만3,000원대까지 상승했다.

최근 각종 게이트와 벤처 비리 등이 터지면서 코스닥 시장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것도 거래소 이전을 부추기는 배경이다. 한 코스닥 등록 기업의 임원은 “2년전만 해도 코스닥 벤처 기업이라고 하면 모두가 부러워 했는데 최근에 불쌍한 눈으로 쳐다 볼 정도”라며 “길게 보면 시장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되겠지만 잇따른 비리 사건에 투자자들의 염증이 한계 상황에 도달한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한편 코스닥시장 내에서 올해 소속부를 벤처에서 일반으로 바꾼 코스닥 등록 기업은 누리텔레콤, 스페코, 국순당, 서울반도체 등 무려 30여개사에 달한다.

■일부 작전 재료 악용

코스닥 알짜기업들이 몰려 오자 거래소는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기업의 거래소 이전 움직임은 다소 비정상적이었던 코스닥 열풍이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올해 적어도 20개 이상의 기업이 신규 상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도 “최근 탈 코스닥 바람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특성 및 기능이 서로 다른 데에 따른 자연스러운 재편 현상”이라며 “이러한 시장 차별화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거래소 이전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래소 이전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자 이를 작전의 재료로 악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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