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정·관계 인사들간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돼 온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金熙完)씨가 잠적 한달여만에 검거됨에 따라 정치권이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김씨는 특히 청와대와 야당의 최규선(崔圭善)씨 관련 의혹의 내막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김홍걸 로비사실 드러날까
김씨는 홍걸씨의 이권개입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는 증인이라는 점에서 우선 주목을 끌고 있다.
검찰은 홍걸씨가 TPI의 체육복표 사업권자 선정 청탁 등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을 챙긴 사실은 확인했으나 그가 실제로 로비를 벌인 단서는 포착하지 못한 상태다.
김씨는 TPI대표 송재빈(宋在斌)씨에게 최씨를 소개해 주고 TPI주식 2만3,000주를 챙긴데 이어 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과 홍걸씨간 만찬을 주선한 장본인.
그는 또, D사로부터 1억원을 받아 홍걸씨에게 건네기도 하는 등 관련 사안마다 등장, 일찌감치 정·관계 인사들에게 홍걸씨의 하명을 전달한 ‘해결사’로 지목돼 왔었다.
만일 김씨의 입에서 홍걸씨 이권개입 행태의 전모가 튀어나올 경우 그나마 ‘측근에 이용당한 희생양’이라는 일각의 동정여론마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대책회의 가졌나
검찰은 지난달 최씨로부터 “청와대 이재만(李在萬) 비서관과 최성규(崔成奎) 전 총경, 국정원 직원 등이 대책회의를 갖고 나에게 밀항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 비서관을 소환조사했으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었다.
김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지난달 10~13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최씨 주도로 열린 대책회의에 참석, 이른바 ‘청와대 밀항권유설’등에 대해 논의를 벌인 당사자이기 때문. 최 전 총경마저 도피한 상황이라 최씨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유일한 증인인 셈이다.
이 때문에 김씨 진술 여하에 따라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 범인도피 시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 정권의 도덕성에 또 한번의 치명타가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회창 20만 달러 수수설의 진실은
김씨는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최씨 자금 수수설의 진위여부를 입증할 유일한 증인이기도 해 야당의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민주당 설훈(薛薰) 의원에 의해 제기된 이 전 총재의 최씨 자금 20만 달러 수수설은 설 의원측의 증거제시 실패로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송씨가 8일 “김씨로부터 ‘최씨가 이 전 총재의 방미일정에 도움을 주고 윤여준(尹汝雋) 의원을 통해 경비로 20만 달러를 제공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만일 김씨가 검찰에서 송씨의 진술내용을 인정한다면 사안의 급반전은 물론 이 전 총재에게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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