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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열린축제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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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열린축제와 그 적들

입력
200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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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의 필름 마켓에 온 한 영화배급사의 대표는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언뜻 효자 같지만 사실 속내는 딴 데 있었다.어머니는 칸에 와서 하루 종일 김밥을 말았다. 배급사가 마련한 파티에 온 외국 손님을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해변 불고기 파티로 화제를 만들었던 이 회사는 올해도 김밥으로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여행 삼아 왔다는 배우 김수로는 월드컵 공식 티셔츠를 입고 다니다 만난 외국인들로부터 “코리아!”라는 말을 듣고 싱글벙글했다.

경쟁부문에 ‘스파이더’를 출품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59)감독이 21일 기자회견에서 재미있는 말을 했다.

“상을 주고 받는 것은 게임이다. 아주 끔찍한 게임이다.”

그는 좋은 영화는 그것으로 완결이며,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설령 그렇게 하고 싶다 해도, 이미 수백편중에서 뽑은 본선 진출작을 두고 또 등수를 매기는 일은 끔찍하다고 했다.

그는 영화제가 축제이니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취화선’을 만든 사람들이 끼일 법하다.

2000년 ‘춘향뎐’으로 칸 본선에 올랐던 감독. 당시 열렬한 10분간의 기립 박수가 있었고, 한국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으나 수상은 못했다.

이 때의 반응은 대체 이런 것이다. “허풍 아니냐.” “반응이 좋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한국영화가 언제 상을 타겠냐.”

임 감독은 “영화제를 의식하고 만든 적이 없다”고 말한다. 만들 때에는 그럴 수 있지만 영화제에 나온 이상 감독의 스트레스가 없지 않아 보인다.

수상 전망만 나오면 “글쎄요.” “허.” 정도만 말한다. 말을 아끼고 싶을 것이다. 이곳에서의 어떤 찬사도, 어떤 평론도 수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공연한 ‘허풍’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2년전 공식시사 때 붉은 카펫에 서보니 눈물이 핑 돌더라”는 제작사인 태흥영화사 대표의 말처럼 본선진출은 그것만으로 찡한 감동을 일으킨다.

25일 공식 시사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 지, 26일 폐막식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 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축제는 항상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즐겨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축제를 만든 이들이 아니라, 지켜보는 이들인 것 같다. 그건 평론가와 기자 뿐이라굽쇼? 컷!

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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