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표 사업자인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의 ‘기부금 내역’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 중 대다수가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해 TPI의 후원금 살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뒷받침했다.그러나 리스트에 부정확한 부분이 적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스스로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명단에서 빠져있어 공개된 후원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후원금 액수나 시기도 부정확한 경우가 많았다. 리스트는 타이거풀스 법인 및 간부 명의로 낸 공식 후원금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외에 타이거풀스 임원이 비공식적 후원금 또는 불법 정치자금을 은밀하게 제공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TPI 후원금 수수를 시인한 의원 7명 중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 2명만 공개된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남 의원의 경우 36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리스트에는 50만원만 기록돼있다.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ㆍ500만원) 심규철(沈揆喆ㆍ100만원), 민주당 정범구(鄭範九ㆍ400만원) 정동채(鄭東采ㆍ300만원), 자민련 정진석(鄭鎭碩ㆍ100만원) 의원 등은 각각 100만~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공개된 리스트에는 빠져 있다.
명단에는 15ㆍ16대 여야 의원 21명이 들어있다. 민주당 15명, 한나라당 5명, 자민련 1명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한나라당에는 중앙당 후원금으로 5,000만원이나 제공됐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경우 문건에는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있으나 실제 1,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후원금 제공 시점은 1999년8월 관련법안 처리 및 2001년2월 사업자 선정 전후, 2001년9월 국정감사 전후 등이어서 로비가 3단계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했다.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의원들은 “통상적인 후원금인 데다 영수증 처리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며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민주당 이협(李協) 의원은 “주소 불명의 송재빈 명의로 5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며 TPI 후원금 350만원 수수를 부인했다.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후원회 때 TPI이사 직함을 갖고 찾아 온 성모씨란 후배로부터 200만원을 받아 영수증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만일 선별적으로 명단을 공개해 큰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이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배경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일부 의원들은 “리스트에 쇄신파가 많이 들어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