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1867~1956)가 세계적인 서양 화가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 노인 소녀 등의 인물화를 그렸던 것으로 밝혀졌다.놀데는 우리나라를 방문하기에 앞서 이미 장승을 소재로 한 유화도 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미술대 강사인 김혜련(金惠蓮ㆍ38)씨는 22일 출판한 ‘낭만을 꿈꾸는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열화당 발행)라는 책에서 놀데가 1913년 부인 아다 등과 함께 독일의 식민지였던 뉴기니를 여행하기 앞서 시베리아를 횡단, 우리나라를 방문해 펜과 잉크로 노인, 소녀 등을 그렸다고 밝혔다.
저자는 세계적인 화가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은 놀데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일행은 우리나라의 이국적 풍경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부인 아다는 자서전에서 “하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사람들, 황홀하게 아름다운 색동옷의 아이들, 연꽃이 피어나는 궁전의 연못…부드럽고 고상하며 매력적이며 순수한 여인들이 있던 서울”로 표현했다.
놀데는 우리나라 여행중 틈틈이 스케치를 했는데 그가 그린 노인 인물화는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당시의 암울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 듯 절망스런 표정을 담고 있으며, 소녀의 얼굴에서는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이 엿보인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이들 그림은 현재 독일 북부 제빌에 있는 ‘아다와 에밀 놀데 재단’에 소장돼 있다.
놀데는 이에 앞서 1912년 독일 베를린민속학박물관에 보관돼있던 장승을 소재로 유화작품 ‘선교사’를 그리기도 했다.
저자는 “놀데는 장승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숭배의 대상이라는 사실만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당시 기독교가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한다며 토속 신앙을 몰아내는 등 나쁜 행동을 많이 했는데 놀데는 순박한 아프리카 사람에 군림하려는 선교사를 장승의 뻣뻣한 모습에 빗대 표현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1998년 독일 베를린공과대학에서 ‘에밀 놀데의 이국적 정물화와 독일어 접두사 ur과의 관계’ 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번 자료는 논문 수집과정에서 찾아낸 것이다.
에밀 놀데는 독일 표현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히틀러가 ‘퇴폐 예술가’로 분류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