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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회의장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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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회의장 만들기

입력
200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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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1월, 워싱턴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일이 있었다.한국을 떠나오기 전 정치부 기자로 일했던 터라 마침 있었던 미국의 중간선거를 관심을 갖고 살펴보았다.

하원의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이 선거결과 228석에서 5석이 줄어든 223석을 얻었다. 여전히 전체 435석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다수당인데도 미 언론은 '공화당 패배'라고 보도했다.

또 하원의장 뉴트 깅그리치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미련없이 정계은퇴를 선언, 워싱턴을 떠났다.

■ 우리 같았으면 비록 5석이 줄었어도 과반수를 얻었으면 당연히 '승리'의 축배를 들었을 것이다. 물론 다수당 대표격인 의장도 물러나지 않는다.

너무나 다른 정치관행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새 하원의장'을 뽑았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궁금해서 공화당 원내총무실에 물어봤다. 엄격히 말해 ‘하원의장 후보’이지만 소수당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다수당이 낸 후보를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당선시키는 게 관행이라는 것이었다.

■ 한국의 국회의장은 오랫동안 무조건 여당 몫이었다.

오랜 독재정치 아래서 여당은 부정선거, '의원 빼오기'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수당을 만들려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수당에서 국회의장을 뽑았으나 실제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꼴이었고 결과적으로 의회정치는 실종됐다.

독재정권이 사라지고 또 '여당=다수당'의 등식이 깨진 지 오래된 작금에 까지 '국회의장은 여당 몫'이라는 관성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 16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두고 각 당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원내 과반수를 차지한 당이 있다면 간단하겠으나 그렇지 않으니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상임위원장의 경우 이미 13대 국회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의석수 비율의 관행'이 생겨났다.

이제 의장단 구성에 대해서도 국회가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의회정치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은 국회의장을 어떻게 뽑느냐에 달렸다.

신재민 논설위원 기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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