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을 둘러싸고 사업을 추진하는 공기업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대전시 용두동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는 3월21일 가구 16세대가 강제 철거됐다. 주민대책위원회가 주택공사측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된 직후였다.
이 지역 개발은 1997년 저소득 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예정고시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발표직후 이 지역의 부동산 거래는 정지되고 지난해 2월 공사계획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보상금이 각 가구로 통고됐지만 주택공사가 선정한 감정평가기관의 보상금은 시세의 40~60%에 불과했다.
40~50평 규모의 가옥 소유주들은 그나마 1억원대의 아파트 프리미엄 분양권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지만 10평 미만의 영세가옥 소유주에게는 전ㆍ월세 보증금에도 못 미치는 700만원이 책정됐다.
세입자와 상인들은 이 돈마저 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 했다.
주거환경개선사업 특례법, 택지개발법 등 개발관련법들은 사업주체가 지역 주민들의 이주에 턱없이 모자라는 적은 보상금을 지불하고도 개발사업을 강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현지 주민은 공기업이 법을 앞세워 재산과 생존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프랑스에서는 현지 주민과 행정부처 그리고 건설 전문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독립법인을 통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개발 종료후 자진 해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고 공공성만을 앞세운 우리 공기업들의 개발 사업 방식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공공사업일지라도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10명 내외의 공직자와 주민 대표 1명이 참여하는 형식적인 보상심의위원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민 참여가 가능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실적인 보상가 책정 및 이주대책 마련이 선행돼 주민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해야 공공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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