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는 22일 관훈토론회에서 ‘검증되고 안정된 후보’임을 내세우는 데 주력했다. 차제에 자신을 둘러싼 일부의 오해를 풀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듯 불리한 질문엔 어김없이 제한시간을 넘겨가며 적극 해명했다.최규선씨와의 연계의혹, 귀족이미지, 빌라소유의혹 등에 관해 이 후보는 “터무니 없다”, “기가 찬다”며 부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권의 중상모략’으로 몰아붙였다.
3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이었지만 정치현안이나 정책에 대한 얘기보다 개인신상에 관한 답변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도 이 후보의 이 같은 답변 태도 때문이었다. 이 후보측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신상문제는 확실히 매듭짓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대미관계, 경제정책에 관련해서도 이 후보는 “친미주의자라는 것은 틀린 말”, “날 성장만 앞세우고 분배는 도외시하는 ‘선성장 후분배론자’라는 것은 오해”라며 일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는데 주력했다.
총풍, 세풍에 대해서도 “현 정권의 공작”으로 일축했다. 이 후보는 답변 틈틈이 법관시절 이후 자신의 깨끗한 이미지를 끼워 차별화하는 기민함도 보였다.
이 후보는 그러나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기조연설에서 간단히 지적하는 것으로 그쳤다. “권력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제왕적 대통령 시대는 끝내야 한다”, “권력의 사유화가 만병의 권원이다” “김대중 정권이 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언급하는 정도였다.
이 후보는 대신 “대통령이 된다면 진실로 개개인이 존중받는 새 시대를 열겠다”며 “대통령이 되면 5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자기PR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자신의 차가운 이미지에 대해서도 “날 보고 바늘로 찔러도 피도 안 날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에 애썼다. 그는 답변이긴 했지만 현역시절 동료판사들과 포커를 한 얘기를 꺼냈고 원정출산 시비가 인 손녀에 대해서도 “보고싶은 데 말들이 나올까 봐 얼굴도 한 번 못 봤다”며 감정적으로 접근했다.
한편 이 후보는 권력형 비리조사를 위한 특검제를 주장하면서도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열심히 성의를 갖고 일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거듭 강조,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이날 코디네이터의 도움으로 엷은 얼굴화장과 함께 넥타이도 화사한 주황색을 매는 등 외모에도 한껏 신경 썼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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