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부 장관과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9ㆍ11 테러가 발생한 지 며칠 뒤에 항공기 납치 테러를 사전에 경고한 FBI 보고서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뉴욕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이에 따라 9ㆍ11 테러 사전 인지 논란과 의회 조사의 초점은 법무부와 FBI의 은폐 의혹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피닉스 메모’로 불리는 기밀 보고서는 미 정부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나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의 항공기 학교를 테러리스트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등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닉스 FBI 요원 케네스 윌리엄스는 지난해 7월 10일 온라인으로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FBI가 각 항공기 학교의 외국인 학생들의 비자를 일제히 조사하도록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FBI의 알 카에다 담당 중간 책임자에게 전달됐으나 두 달 뒤 테러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타임스는 애쉬크로프트 장관과 멀러 국장이 테러 발생 후 중대 정보를 간과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도 의회는 물론 백악관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ABC 방송은 알 카에다와 중동의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 하마스, 시아파 민병조직 헤즈볼라의 지도자가 3월 하순 레바논에서 극비에 회동, 공동투쟁방안 및 미국에 대한 테러 계획을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3개 조직의 ‘공동 투쟁’은 처음 있는 일이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밥 그레이엄(민주) 위원장은 이날 “알 카에다보다 더 막강한 능력을 갖추고 미국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상당수 국제 테러 조직들이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헤즈볼라와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 등 2개 이슬람 조직을 예로 들었다.
뮬러 FBI 국장은 이날 전국 검찰회의에서 미국에서도 장래에 이스라엘처럼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살 폭탄 테러는 이스라엘처럼 좁은 면적에 치안조직이 치밀한데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미국에서도 테러 조직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이를 중지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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