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진화생물학자 굴드 별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진화생물학자 굴드 별세

입력
2002.05.22 00:00
0 0

진화생물학의 대가 스티븐 제이 굴드가 20일 미국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0세.컬럼비아대에서 학위를 받고 26세 때부터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해 온 굴드는 ‘다윈 이후’ ‘판다의 엄지’ ‘풀하우스’ 같은 명저를 통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계승ㆍ발전시켰다.

그는 ‘진화는 특정한 방향이 예정돼 있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우연한 증가일 뿐이며 점진적ㆍ지속적인 변형 과정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급속히 분출하는 종의 변환을 통해 발생한다’는 단속적 평형론을 주창했다.

이 이론은 영원한 맞수인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의 유명한 논쟁을 통해 구체화됐다.

굴드가 특히 대중에 가깝게 다가온 것은 생물ㆍ화석ㆍ지질ㆍ동물학과 과학사에 관한 최고의 학문적 수준과 풍부한 인문적 소양,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문체로 생물학의 이론을 쉽고 깊이 있게 설명한 베스트셀러들을 통해서였다.

야구광인 그는 예를 들어 ‘풀하우스’에서 진화 과정을 미국 프로야구에서 근년 들어 4할대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한 수학적ㆍ사회과학적 분석 모델을 통해 설명한다.

그의 천재성은 과학의 미래를 낙관하는 무신론적 재기발랄함에 머물지 않고 지구 또는 우주 내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낮고 작은 위치에 주목함으로써 종교적 겸손함을 깔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인간복제 반대활동을 펼친 데는 이러한 통찰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는 나이 마흔에 복막중피종이라는 희귀암에 걸리게 되자 즉각 이에 대한 연구에 착수, 85년 과학전문지 ‘디스커버’에 “각종 문헌을 연구해 본 결과 더 이상 끔찍할 수 없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피종은 불치병이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굴드는 이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병마와 싸우면서도 특유의 미국적 낙관주의를 잃지 않았다. 한 대학 동료는 “과학은 가슴 없는 객관적 정보의 추구가 아니라 창조적인 인간 활동이다.

과학의 천재는 정보처리사보다는 예술가와 같다”고 한 그의 말을 회고하며 “하늘이 그의 재주를 시기해 일찍 데려간 것 같다”고 애도했다. 그의 저서는 상당 부분 국내에 번역돼 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