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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쓰는 편지 / 정환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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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쓰는 편지 / 정환오빠에게

입력
2002.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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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부상으로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 출전도 못할 줄 알았는데 진짜 멋진 골을 보여줘 고마워요. 첫 골을 넣을 땐 너무 좋아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솔직히 아무 생각도 들지않았어요. 단지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마음뿐이었어요.그런데 두번째 골을 넣었으 땐 기쁨 보다도 “저 골을 넣기 위해 오빠가 흘린 땀과 선수들의 노력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까지 저며오더군요. 엄마, 아빠, 오빠도 힘껏 응원한 것 아세요. 우리 가족 모두 오빠를 진짜 진짜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참 스코틀랜드전이 있던 그날 저녁은 우리 동네 아파트단지가 다 떠날갈 듯이 들썩들썩 했어요. 우리 동네만은 아니겠지만요.

26일이면 결혼한지 꼭 150일 되는 날이에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지요. 오빠가 결혼 후 심리적으로 많은 안정을 찾게 됐다고 말할 때 마다 얼마나 속으로 고마웠는지 몰라요. 어린 아내지만 오빠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행복 그 자체였어요.

결혼하고 이번처럼 오랫동안 헤어져 있기는 처음이죠. 한 보름정도 떨어져 있었나요. 스코틀랜드전이 끝나고 호텔 로비에서 만났을 때 말없이 저를 꼭 안아주던 오빠를 생각하면 지금도 제주도로 다시 달려가고 싶어요.

그러나 오빠가 서운해 할지 모르지만 전 이젠 본선에 들어가기 전까지 호텔로 찾아가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만나면 헤어지기 싫거든요.

더구나 제가 힘들어 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오빠에게 걱정을 끼치게 돼잖아요. 엄마와 함께 묵묵히 오빠가 월드컵에서 열심히 뛰게 해달라고 기도할게요. 그런데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자꾸 그날 저녁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오빠의 모습이 떠오르니 어떻게 해야죠. 오빠 사진을 꺼내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오빠! 오빠가 항상 말했듯이 개인적인 볼 욕심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정신으로 이번 월드컵에서도 뛴다면 온 국민이 바라는 16강 고지는 멀지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프로에서 오빠하고 함께 뛰었던 민성(이민성) 오빠도 식사 꼭 챙겨드시고 열심히 뛰세요. 그리고 정환 오빠에게 잘해주시고요.

참 결혼 150일째인 26일엔 프랑스와의 평가전이 있죠. 이번 경기에는 지난 주말 미스코리아로 선발된 후배들과 함께 갈 예정이에요. 미녀들이 힘껏 응원하면 오빠도 힘이나 멋진 슛을 다시 한번 보여주겠죠. 그렇다고 이 아내를 두고 너무 미녀들에게 빠지면 안돼요.

오빠! 이젠 부상도 완전히 회복됐고 컨디션도 점점 좋아질 것으로 믿어요. 이런 탄력을 받아 월드컵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전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와 함께 스탠드에서 열심히 응원할게요. 부상 조심하시고 파이팅!

당신의 아내 혜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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