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및 교환사채(EB) 청약을 통해 총 11.34%의 KT지분을 확보한 SK텔레콤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KT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하게 됐다.재계에선 이번 KT 민영화 과정에서 SK가 보여준 행보를 두고 ‘역시 최고의 공기업 사냥꾼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1970년대 학생복지 제조업체로 잘 알려져있던 ‘선경’이 20여년만에 재계랭킹 3위의 에너지ㆍ통신재벌인 SK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공기업 인수 덕분이었다. 현재 SK의 양대 주력인 SK㈜와 SK텔레콤이 모두 공기업 인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80년 삼성을 물리치고 유공(현 SK㈜)인수에 성공, 재계에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SK는 94년 우여곡절끝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거대재벌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후 SK텔레콤은 PCS업체들의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제동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뿌리를 갖고 있던 99년 신세기통신까지 합병함으로써, 무선통신시장을 제패하게 됐다.
이번 KT 매각에서도 SK는 삼성과 LG를 물리치고 최대주주로 부상함에 따라 ‘공기업 인수는 역시 SK 몫’이란 통설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SK를 보는 재계의 시선은 그다지 따갑다. 탁월한 경영능력은 인정하지만, 새로운 영역투자를 통한 ‘선발자’의 리스크는 감수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공기업 사냥을 통해 기업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KT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연막작전과 말바꾸기로 인해 재계내에서 SK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히 실추된 상태다.
SK텔레콤은 지난주 주식청약을 앞두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가 이튿날 ‘2% 정도 들어갈 생각이 있다’고 말을 바꿨고, 삼성과 LG의 신청안을 확인한 뒤 최종적으론 최대한도인 5%(주식기준)로 청약서를 제출했다.
또 20일 추가 청약과정에서도 처음엔 ‘KT의 SK텔레콤 지분율인 9.27% 만큼만 보유하겠다’고 말했다가 실제론 9.55% 주식을 확보했고, 21일 EB 1.79%까지 청약함으로써 최종적으론 11.3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입찰을 따내기 위한 불가피한 ‘연막전술’이라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전혀 보유할 생각이 없다’던 KT주식을 두자릿수의 지분율로 따낸 셈이다.
SK텔레콤측은 “불필요한 주식분산을 막기 위해 EB를 추가청약했다. 일정시점이 되어 견제세력자가 나타나면 보유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밝혔지만 잦은 말바꾸기로 인해 이런 해명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SK는 사실상 민영화 대상 마지막 공기업들인 한전 발전자회사와 가스공사에도 인수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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