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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지방선거까지 겹쳐 공무원들 '끔찍한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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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지방선거까지 겹쳐 공무원들 '끔찍한 6월'

입력
2002.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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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 시청공무원인 박모(43)씨는 6월이 두렵기만 하다. 월드컵에 지방선거까지 겹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에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열리는 각종 행사에 수시로 동원돼 머릿수 맞추는 일까지 해야 하기 때문.그는 “유휴 인력이 한정돼 있는데 행사가 겹치다 보니 자원봉사자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라며 “6월 한달을 보낼 생각을 하면 눈 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한다.

■ 공무원ㆍ교사 ‘잔인한 6월’

일선 공무원과 교사들에게 잔인한 6월이 다가오고 있다.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겹치면서 투개표와 각종 행사에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교사들까지 차출될 예정이어서 민원업무와 정상수업 등에 적지 않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월드컵 본선 경기와 선거일이 겹친 도시는 엎친 데 덮친 격. 경기 수원시는 지방선거 투표가 진행되는 6월 13일에는 공교롭게도 오후 3시30분부터 브라질 대 코스타리카의 경기가 열려 벌써부터 걱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13일 당일 개표 보조 등 선거 진행에 2,400여명, 월드컵 문화행사, 교통 대책 등에도 3,000여명의 지원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시 전체 공무원 2,200명에 교사, 국가기관 직원 등을 총동원해도 어려운 터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전날인 12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전과 선거 다음날 경기가 있는 인천 등도 같은 처지다.

인천 남동구청의 직원 박모(35)씨는 “선거인 명부, 투표소 관리 등을 결국 우리가 도맡아 할 게 뻔한 상황에서 월드컵 지원까지 나가야 한다”며 “관내 인구는 늘고 직원은 줄어든 터라 다음달에는 관내 업무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교사, 관객 동원 물의

때문에 일부 시도에서는 부족한 선거 투개표, 월드컵 행사 진행 요원 등으로 교사들을 무리하게 동원, 반발을 사고 있다.

경북 B초등학교 김모(32)교사는 “전체 교사 23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개표지원을 나오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며 “수업공백이 생길 게 뻔한데도 명단까지 확정해 강제로 동원하는 식”이라고 반발했다.

전교조 이경희(李京喜)대변인은 “심지어 일부 도시는 교사들이 월드컵 경기에 관객으로 동원하기도 한다”며 “사람이 부족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강제동원은 군사 정권 하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각 시ㆍ도에서는 부족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중·고생 및 시민ㆍ사회단체 회원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지원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와 관련해 2,300여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만 확보됐다”며 “시내의 유휴 인력들도 자원봉사보다는 4~5만원의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유급 선거봉사자 등으로 빠져나가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으로 인력이 예년보다 20% 가량 줄어든 터라 인력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칫하면 국가적 행사인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파행을 맞을 수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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