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러, 중앙亞 '공동경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러, 중앙亞 '공동경영'

입력
2002.05.22 00:00
0 0

미국의 ‘중앙아시아 경영’이 러시아 발 아래 있던 이 지역의 정치ㆍ경제 지형을 바꾸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3~26일 러시아 방문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 교두보 마련에 적극 나선 미국이 이 지역의 영향력 확대를 공인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군사 문제나 부존 자원 이권 등을 놓고 최대 견제 세력이던 러시아가 묵인하거나 공동 보조를 맞추는 형태로 미국의 개입을 허용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석유 자원 개발이나 대 테러전을 명분으로 이미 개입의 물꼬를 튼 미국이 러시아의 용인을 얻어낼 경우 미국의 중동 개입 50년사는 새 장을 맞게 된다.

■중앙아시아 진출에 미ㆍ러 공조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핵 감축 조약 서명이나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참여뿐 아니라 러시아의 대미 에너지 수출량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안보 협정’ 체결이라는 놀랄 만한 뉴스를 내놓을 수 있다고 뉴스위크가 최신호(27일자)에서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검토 중인 에너지 안보 협정에는 걸프 지역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늘리고 ▦미국 석유 기업의 러시아 투자 보장 ▦중앙 아시아 지역 합작 기업 진출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보 차원의 에너지 협력 못지 않게 미ㆍ러의 중앙아시아 공동 진출 움직임은 중요한 대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그 동안 중앙아시아 지역을 개혁해야 한다는 명분에 공감하면서도 속으로는 석유 이권이나 군사 문제 등을 두고 힘겨루기를 했던 양국이 이견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이 지역 자원 개발ㆍ수송 이권을 두고 미국과 다투기보다는 개발을 우선한 뒤 지역 산유국들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카르텔을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미국과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군사 경제 교육 등 미국의 전방위 개입

카스피해 주변국의 석유ㆍ가스 자원 개발로 입질을 시작해 아프간 전쟁을 계기로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미국의 중앙아시아 개입 전략은 전방위에 걸쳐 있다. 우선은 가장 민감한 사안이면서도 영향력 확보에 결정적인 군사 지원 및 병력 주둔에 무게를 두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단 한 명의 미군도 없었던 이 지역에 지금은 대략 4,000명의 미군들이 배치되어 있다. 군 기지 건설, 아프간 전쟁 지원, 대 테러 병력 훈련 등을 목적으로 한 미군 주둔 국가는 동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에서부터 서쪽으로는 흑해 연안 그루지야까지 러시아 이남의 거의 모든 중앙아시아 국가를 포괄한다.

대 테러전 지원을 위해 19일 그루지야에 파견된 미군 특수부대 병력 50여 명은 조만간 15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최근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아프간전 이후 파견된 미군이 필요한 만큼 연장해 머무를 수 있다”고 밝혀 장기 주둔 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이 같은 미국의 영향력 확보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면서 결국 최대 수혜를 받을 집단은 미국의 거대 석유회사들이다. 최대 자원 부존량 2,000억 배럴로 마지막 남은 석유자원 보고로 알려진 카스피해 연안 개발에 뛰어든 셰브론 텍사코, 엑손 모빌, BP PLC, 핼리버튼 등 석유회사들의 이 지역 투자는 최근 5년 사이 무려 200억 달러로 급증했다. BP가 계획하고 있는 투자만 8년 동안 120억 달러에 이를 정도다.

미국의 원조도 9ㆍ11 테러 이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관개 지원, 마약 유통 단속, 컴퓨터 프로그래머 훈련 등의 명목으로 올해 지출될 비용은 8억 90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50%가 늘었다.

하지만 개입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 같은 전략은 끝없는 분쟁과 위험 요소로 가득한 땅에 잘못 발을 디딘 것으로 판명 날 수도 있다고 보는 비관론도 있다.

하지만 경제 개발과 군사력 현대화, 러시아 견제라는 다양한 이점을 노린 중앙아시아 각국의 이해와 맞물린 미국의 개입은 성공할 경우 서구 기독교 국가들과 이슬람 지역의 긴장 해소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